반란 후 잠적 프리고진 "불의로 인해 행진"…푸틴 "국민 배신"


푸틴 "유혈사태 피하기 위해 바그너그룹 진군 놔둔 것"
프리고진, '회군'은 러시아 정부의 '가족 인질' 등 추측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후 잠적 이틀 만인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는 음성메시지를 공개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무장 반란으로 몰아세웠던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잠적 이틀 만에 음성메시지를 공개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고 군사 반란 이유를 밝혔다.

26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음성메시지에서 프리고진은 이번 무장 반란은 러시아 국방부가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사일과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다"며 "그것이 방아쇠가 됐다.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프리고진은 또, "'정의의 행진' 목표는 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면서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프리고진의 음성메시지는 무장 반란 후 종적을 감춘 지 약 이틀 만이다. 다만 그는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후 이틀 만인 26일 TV 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근처까지 접근하면서 강한 지도자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것을 우려한 탓인지 그는 "사태 발생 초기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직접 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무장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을 향해 반란 조직자들은 자신의 나라와 국민을 배신했다며 또 자신들이 범죄에 끌어들인 이들을 배신한 것과도 같다. 반란 조직자는 병사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실수한 이들이 정신을 차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사회에서는 단호하게 거부되며, 러시아에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란 조직자들은 자신의 나라와 국민을 배신했다"며 "또 자신들이 범죄에 끌어들인 이들을 배신한 것과도 같다. 반란 조직자는 병사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프리고진을 겨냥했다.

한편, 프리고진은 음성메시지에서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밝혔지만 모스크바 입성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철수했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ABC뉴스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도 프리고진의 철수에 대해 "모스크바 진격을 중단한 건 미스터리"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언론은 프리고진이 발길을 돌인 배경에는 그의 가족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각) 자국 안보 소식통 말을 인용해 "바그너의 모스크바 진격 포기 직전 러시아 정보기관이 '바그너 수뇌부의 가족을 해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가족을 인질로 삼은 정부 측 협박을 이기지 못해 철수했다는 것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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