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에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그레이 이글'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미국 국방부가 거절한 그레이 이글 드론. 사진=미국 육군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호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어벤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등 4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 미국 의원들이 제공해줄 것을 요청한 무기 하나는 뺀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최첨단 드론 '그레이이글(Gray Eagle)'이다. 주한 미군에도 배치돼 있는 드론이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관리들과 이번 결정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MQ-1C '그레이 이글' 드론 제공이 확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6월1일(현지시각) 3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그레이 이글 4대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 미국 회사 에어로바이런먼트(AV)가 생산한 소형 정찰용 무인기(드론) 'RQ-20 푸마'와 터키제 공격용 드론 '바이락타르 TB2' 등 소형 단거리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몇 달째 첨단 무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17명은 지난 9월 그레이 이글 제공을 위한 검토절차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첨단 무인기 제공이 러시아에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겨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게다가 전장에서 첨단 기술이 도난당할 염려도 있다.

미군이 지난 2009년 도입한 MQ-1C 드론은 MQ-1 프레데터(Predator) 무인기의 개량형 기종으로 정찰은 물론 공대지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는 무인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WSJ은 러시아가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과 맞물려 이런 결정이 나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인프라를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구호단체 관계자는 WSJ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을 포격하는 야포 진지를 제압하기 위해 목숨을 무릅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고 비행하고 있는 그레이 이글 드론. /미육군조달지원센터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어토믹스가 생산하는 그레이 이글은 길이 8.53m, 날개너비 17m, 높이 2.1m의 중고도 장기 체공 무인기다. 최대 이륙중량은 1.63t이다. 최고 비행속도는 시속 308km이다. 최고 8.8km 상공에서 최장 30시간 동안 떠다니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24시간 연속 비행과 고화질 감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8km 가량 떨어진 적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AGM-114 헬파이어(Hellfire) 미사일 4발과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 4발을 함께 장착할 수 있다. 혹은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8발을 탑재한다.

그레이 이글은 AH-64 아파치 공격 헬기와 유무인기 합동 작전(MUM-T)을 통해 기계화부대, 공기부양정 등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어 위력이 배가된다. 또 적의 움직임을 아파치 헬기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정확한 공격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이 덕분에 그레이기글을 우선 적진으로 보내 정찰시키고, 뒤따르는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가 정찰 정보를 받아 뒤에서 공격하는 전술을 펼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아파치헬기가 배치돼 있지 않아 설사 그레이이글이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작전을 수행할 수는 없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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