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日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대신 공물 봉납


내각 관료 3명 신사 참배…기시다, 아시아 국가 책임 언급 無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5일 야스크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지만 공물을 봉납했다. 지난해 4월 21일 일본 춘계 예대제 첫날을 맞이해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한 참배객이 참배하고 있는 모습. /도쿄AP=뉴시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는 대신 공물을 봉납했다.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대리인을 통해 '자민당 총재' 명의로 야스쿠니 신사에 사비를 들여 공물(玉串·다마구시·나뭇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값을 봉납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100여 년간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된 곳이다.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한 것은 2013년 12월 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때가 마지막이었다.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은 것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다카이치(高市) 사나에 경제안보상, 아키바(秋葉) 겐야 부흥상 등 기시다 내각 주요 관료는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지난 13일 참배한 니시무라(西村) 경제산업상을 포함하면 기시다 내격에서는 3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셈이다. 종전기념일에 현직 각료가 참배한 것은 2020년 이후 3년 연속이다.

유력 정치인사로는 자민당의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이 도쿄의 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사비로 공물을 봉납했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종전의 날에 즈음해 지난 전쟁에서 고귀한 희생을 당한 선인에 삼가 애도했다. 아울러 항구적인 평화를 재차 다짐했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바"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 결연한 맹세를 앞으로도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이후 역대 총리들이 반성해오다, 2013년 2차 아베 정권부터 사라졌던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 책임은 올해도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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