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일본이 오는 2024년 사정거리 1000km인 지대함(地對艦)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다.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군사 위협이 커지자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앞당겨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새 미사일이 배치 완료되면 중국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동부 해안 지역을 사정권에 넣는다.
이는 공격받을 경우에만 대응한다는 일본의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외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최소한의 방위력만을 행사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현재 사정 거리 200km인 '12식 지대함 유도탄'을 개량해 1000km로 늘린 장거리 미사일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4년부터 배치하기로 했다. 배치 지역은 중국 본토·대만과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현 난세이제도와 큐슈에 걸린 광범위한 지역이다. 이들 섬에 배치된다면 중국 본토에 배치된 중국군에 대한 견제는 물론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 함정을 제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방위성은 당초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육상자위대의 '12식 지대함'의 미사일의 사거리를 1000km이상으로 늘려 2020년대 후반까지 배치할 계획이었다. 지상 배치형은 2025년까지 실용화 준비를 끝내고, 함정 탑재형은 2026년, 전투기 탑재형은 2028년에 시험 제품을 만들 계획이었다. 개발비로 총 1000억 엔(약 1조4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욱상자위대가 배치한 12식 지대함 미사일은 88식의 개량형이다. 관성유도와 GPS 유도, 지형윤곽확인 방식을 채택해 타격 정밀도가 대단히 높은 미사일이다.이 미사일은 일본 자위대의 시계밖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BVRAAM)인 AAM-4B의 능동주사위상배열(AESA) 레이더 시커를 공유한다.
12식을 개량한 함정발사형은 사거리가 400km로 두 밸로 늘어났으며 마야급 이지스함에 탑재됐다.
일본 정부가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의 조기 배치 방침을 정한 것은 중국군이 지난 4~7일 실사격 훈련을 하면서 쏜 11발의 탄도미사일 가운데 5발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지면서 일본이 중국의 위협을 현실로 받아들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베 신조 정부는 2018년 12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채택한 장기 방위전략인 방위대강에 사거리 500~900km의 장거리 미사일 도입 계획을 포함시켰고 2020년 12월 각의에선 순항미사일 사거리를 이미 1000km 이상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8일 "대규모 군사 훈련을 감행하는 현재의 중국 군사 동향은 주변 지역과 국제 사회에 안보상 강한 우려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이번 미사일은 일본 자위대가 중국군을 감시하는 거점인 일본 최서단의 요나구니섬(오키나와현)에 대한 공격 예행 연습이었다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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