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둘러싼 6개 지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며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1척과 F-35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강승상륙함 2척을 대만 근해에 배치해 놓고 있다. 미중간 일촉즉발의 긴장 고조로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는 하락 마감했다.
대만 영자신문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 주변 6개 지역에서 2일 0시부터 6일 자정까지 남중국해 4개 해역 일대에서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훈련은 대만 북서쪽, 북쪽, 동쪽과 남동쪽 해상에서 이뤄진다. 대만 북서쪽과 북쪽, 남서쪽 해상 훈련 구역은 대만 영해와 인접해 있다고 타이완뉴스는 지적했다.
타이완뉴스는 "1995~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때 실사격 훈련 구역과 비교하면 이번에 지정된 지역은 대만에 더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군사 협박은 대만인들의 마음에 겁을 주입하기 위한 의도"라면서 "대만군은 국가안보를 확보하기 위한단력과 능력,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군은 이날 오전 대만해협 상공에 중국의 전투기들이 출몰해 중간선 가까이 근접했다 사라지는 위협비행을 반복했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와 심각한 입장 표명에도 방문을 강행했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기자들에게,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신의를 저버렸다면서 중국인들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모 1척과 강습상륙함 2척을 대만 근해에 보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해군연구소 소식지인 USNI뉴스에 따르면,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과 강습상륙함 아메리카와 트리폴리함 등 3척의 함정들은 통상의 작전을 하고 있지만 비상 대응책의 하나로 대만 근처에 머물 수도 있다.
일본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한 7함대 소속인 로널드레이건함은 남중국해에 이어 현재 필리핀해에서 작전을 하고 있으며 아메리카함은 동중국해에 있고 트리포리함은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 있다.
레이건함은 F/A-18 등 함재기 최대 90대를 탑재하고 있으며, 트리폴리함은 최대 20대의 단거리 수직이착륙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다. 아미레카함 역시 F-35B를 탑재하고 훈련한다.
앞서 펠로시 미 하원 의장과 미 하원 대표단을 태운 전용기는 현지 시간으로 2일 밤 10시 45분경께 대만 수도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과 샌드라 우드커크 미국재대만협회(AIT) 사무처장이 공항에 나와 이들을 맞았다.펠로시 의장과 하원 대표단은 도착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미국의 변함없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이 대만 땅을 밟으면서 지난 1997년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는 최고위급 인사가 됐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년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1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해 2일 말레이시아와 3일 대만에 이어 4일 한국을 방문하고 일본을 끝으로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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