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갭 CEO 교체 초강수...소니아 싱걸 2년여 만에 사임

사임한 소니아 싱걸 갭 최고경영자(CEO). /갭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 실적부진과 주가폭락의 몸살을 앓아온 미국 의류업체 갭(Gap)이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강도높은 금리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지가을 닫아 경기침체 우려가 높은 현 시점에서 갭이 CEO를 교체한다고 해서 매출감소와 실적부진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2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갭은 11일(현시시각) 소니아 싱걸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밥 마틴 이사회 의장이 한시로 CEO직을 대행하기로 했다. 갭은 또 지난 4월 낸시 그린이 사퇴한 올드네이비 CEO에 월마트 캐나다법인 호라시오 바베이토 CEO를 임명했다.

지난 2004년부터 갭에서 일한 싱걸 CEO는 2016년 올드네이비 CEO로 승진했고 2020년 3월부터 모기업인 갭의 CEO로 회사를 진두지휘했다. 케터링대 기계공학 학사,스탠퍼드대 공학석사를 취득한 그는 포드자동차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포춘 500 기업에서 일하다 갭으로 이직했다.

싱걸 CEO가 사임한 것은 공급망 차질과 매출 부진에 따른 실적 부진, 주가 급락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싱걸은 공급망 개선과 부진한 매장 폐점 등 부단히 노력했지만 갭은 4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 1분기에 1억62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억6600만 달러 흑자였는데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다. 매출액도 13%나 줄어든 34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공급망 장애로 고객들이 원하는 사이즈와 스타일의 옷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데다 가격 인하 프로모션 등으로 올드네이비의 매출액도 19% 급락하는 등 실적 악화를 겪은 데 따른 것이다. 올드네이비의 부진한 실적 탓에 낸시 그린 전 CEO가 떠나야 했다.

주가도 하락했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갭 주가는 8달러 중반대까지 내려갔는데 올들어 50.37% 하락했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야후파이낸스는 싱걸이 CEO로 재직한 2년여 동안 21%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43% 급등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전망도 밝지 않다. 갭은 이날 8월25일에 발표할 2분기 실적 전망에서 "매출액이 한 자릿수 후반대의 감소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판촉비 증가가 이익 마진에 부정의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회계연도 2분기(5~7월) 영업이익 마진이 제로(0) 수준이나 소폭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갭은 2분기에 항공운임 증가와 인플레이션으로 5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경영진 교체라는 강수를 택했지만 이날 주가는 정규거래에서 1.57%, 시간외 거래에서 2.85% 각각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그만큼 회사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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