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침몰했다. 우크라이나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러시아군에 중대한 전력손실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측은 넵튠 대함미사일 공격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는 함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탓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도 해당 함정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CN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인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함이 14일 밤(현지시각) 침몰했다고 러시아 당국이 발표했다. 모스크바 함은 지난 2월 24일 개전 당시 오데사 앞바다의 즈미니섬 공격에서 '즉시 투항하라'는 무전을 우크라이나 측에 보낸 함정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함은 길이 186.4m, 너비 20.8m, 배수량 1만2490t의 대형함정으로 러시아 해군의 자부심과 같은 군함이다. 1980년대 '슬라바'급 순양미사일로 취역했으나 1995년 모스크바함으로 개명하고 1998년 다시 취역했다. 무엇보다 '불칸' 대함미사일 16발 혹은 P-500 바잘트 16발, S-300F '리프' 함대공미사일 64발, 어뢰, 분당 5000발을 발사하는 근접방어무기 6기 등 강력한 무장을 자랑한다.
여기에 대잠수함작전용 헬기도 1대 탑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32노트(시속 59km)이를 위해 510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날 성명을 내고 "모스크바함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함내 탄약고가 폭발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모스크바함이 목적항으로 견인되는 중 탄약 폭발로 생긴 화재로 입은 선체 손상 탓에 안정을 잃고 폭풍우치는 바다에서 침몰했다고 전했다.
반면, 막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는 13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오데사 방위군이 지대함 미사일 '넵튠' 2발을 발사해 모스크바함을 강타했다"고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이 함정은 격침에 가까울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넵튠 대함미사일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제 Kh-35 대함 순항미사일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대함 미사일로 지난해 작전배치됐다. 길이 5.05m, 탄두중량 320파운드(145kg), 전체 무게 870kg에 사거리는 최대 280km다. 해수면 10~15m 상공을 비행하다 종말 단계에서는 3~10m로 비행고도를 낮춰 함정 대공방어망을 회피한다. 이 같은 성능을 가진 우크라이나군의 대함미사일 전개로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작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마르첸고 주지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모스크바함 격침은 넵튠이 실전에서 처음으로 올린 전과가 된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당일 한 방송에 출연해 "그 순양함에서 상당히 큰 폭발이 있었고, 그 때문에 큰 피해가 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우린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재로선 확신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모스크바함을 미사일로 타격했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도 배격할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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