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박희준 기자]신흥국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 TCMB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하락한 것이다. 금리인상을 '성장의 적'으로 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 탓에 터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아 리라화 폭락을 자초하고 있다.
14일 CNBC통신에 따르면, 13일 터키 외환시장에서 리라는 오전 중 1달러 당 14.99리라까지 하락했다가 오후 1시25분에는 달러당 14.33 리라에 거래됐다 이어 오후 7시께는 달러당 13.81달러에 거래됐다. 달러화에 대한 리라 환율이 1달러당 14리라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TCMB는 성명을 내고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달러를 팔아 리라가치를 떠받치겠다"고 밝혔다.
이날 리라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은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강등 경고가 영향을 미쳤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19%이던 금리를 15%까지 낮췄는데 오는 16일로 예정된 통화정책 위원회에서 중앙은행이 한 차례 더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S&P의 경고도 리라화 가치 급락에 한몫을 했다. S&P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향후 신용등급 강등 위험을 경고했다. S&P가 터키에 부여한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보다 4단계 낮은 B+다.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해외 차입비용이 늘어나 그만큼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리라가치는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S&P는 "우리 견해로는 현재의 통화 완화 정책과 상당한 터키 리라 평가절하는 인플레이션에 더 영향을 줄 것이며 인플레이션은 2022년 초에 전년 대비 25~30%로 최고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이어 "이는 순정부 부채를 당초 예상에 비해 추가로 국내총생산(GDP) 8%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라화 가치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 통화량을 늘려 물가를 올리는 대신 외화에 대한 리라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통화가치 하락을 막고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각국 중앙은행 정책과는 정반대의 정책방향이다.
터키 중앙은행인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 탓이 크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은 금리인상이 성장의 적이라며 고금리에 반대해왔다.터키의 물가는 1년 전보다 20% 급등했지만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펼쳤다.
CNBC에 따르면, 누레딘 네바티 재무장관은 이날 터키는 금리인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바티 장관은 "우린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금리인상을 않고도 할 수 있는 걸 볼 것"이라면서 "중앙은행이 통화완화를 중단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달러 매각을 통한 시장개입은 리라화 평가절하 압력을 제한하고 하락속도를 늦추는 임시미봉책일 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스톡흘름에 있는 한델스블랑켄 매크로 리서치의 에릭 마이어슨(Erick Meyersso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중장기로 리라 하락을 역전시키거나 안정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면서 "시장개입 비용은 리라화가 계속 평가절화되는 만큼 개입할 때마다 크질 것"이라면서 "외환보유액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평가절하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치캐피털의 신흥시장 외환전문가인 피오트르 마티스(Piotr Matys)분석가는 "실질금리가 아주 마이너스인 한 리라 매도압력은 계속 커질 것이고 터키 중앙은행은 귀중한 보유액만 낭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키정부는 지난 몇년 동안 리라화 방어를 위해 1280억 달러를 썼지만 실패했다. TCMB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1239억 달러로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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