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니, 탈레반 처형 피해 아프간 떠나 UAE로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민 대신 현금다발을 챙겨 도주한 의혹을 받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도피 후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하며 적극 반박했다.

가니 대통령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약 9분간 영상에서 "탈레반의 처형을 피해 출국했다"는 내용과 함께 현재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체류 중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15일) 대통령궁에 있을 때 보안 요원으로부터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현재 UAE에 있다"고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특히 도피 과정에서 거액을 챙겼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라며 "UAE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빈손이었다. 대통령이 국민을 팔아넘기고 자신의 목숨과 이익을 위해 도피했다는 말을 믿지 말라. 그런 비난에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탈출 당시 긴박했던 상황도 설명했다. 가니 대통령은 "나는 슬리퍼를 벗고 부츠를 신을 시간도 없이 아프간에서 추방당했다"며 "만일 내가 그곳에 머물렀다면 아프간인들 앞에서 교수형을 당하는 또 다른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아프간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며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가니 대통령이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르 주타지키스탄 아프간 대사는 "가니 대통령이 도피할 당시 1억6900만 달러(약 1978억 원)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가 그 돈들을 횡령했으며, 그를 인터폴이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UAE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니 대통령과 그의 가족 일행을 맞이했다고 발표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