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은 뭐 해 먹고 사나"…코엑스에서 마주한 소름 돋는 'AI 미래' [오승혁의 현장]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AI 박람회 찾아
AI로 변할 미래 일상 선명하게 보여

3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AIoT 위크 코리아 2026, MARS 2026 현장에서 사람 형상을 한 로봇을 마주했다. /서울 코엑스=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코엑스=오승혁 기자] "영어랑 중국어가 다 된다네. 말 한 번 걸어봐!"

"점프! 앉아! 손! 야… 이러면 사람은 이제 뭐 해 먹고 사냐?"

뿔테 안경을 쓴 검은 머리의 로봇 앞에 멈춰 선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겉모습만 언뜻 보면 영락없는 사람이지만, 눈빛은 미묘하게 비어 있었다. 3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AIoT 위크 코리아 2026', 'MARS 2026' 현장은 기술의 전시장 이전에 인간과 기계가 맞닥뜨린 거대한 실험실을 연상시켰다.

"얼굴엔 센서가 촘촘해서 다칠 수 있으니 손을 한번 잡아보세요." 현장 관계자의 권유에 조심스레 로봇의 손에 사람의 손을 얹었다. 인체의 살결을 흉내 낸 실리콘의 끈적한 질감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어색하게 까딱이는 관절의 움직임을 보며 머리로는 '정교한 기계'임을 확인하면서도, 시선을 맞추고 말을 건네는 순간 엄습하는 불쾌한 골짜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3일 서울 강남 코엑스 AI 박람회 현장에서 사족 보행을 하는 로봇 개가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서울 코엑스=오승혁 기자

고개를 돌리자 전시장 통로 한복판에선 둔탁한 금속음을 내는 사족보행 로봇 개가 바닥을 누비고 있었다. "손!" 하고 외치자 앞발을 턱 하니 내밀고, 물구나무를 서다 제자리에서 튀어 오르는 날렵한 잠프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재롱을 부리는 강아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재난 현장이나 붕괴 위험 지역에 사람 대신 투입될 산업용 병기나 다름없는 몸짓이었다.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의 AI 박람회 현장에서 보행 보조 기기를 착용하고 걸어보고 있는 모습. AI 학습을 통해 기기는 착용자의 보행 습관과 근력 상태 등을 분석하고 재활에 도움을 준다. /서울코엑스 =오승혁 기자

백미는 눈으로 보는 구경을 넘어 몸으로 직접 입어본 보행 보조 웨어러블 장비였다. 근손실이나 신경 손상으로 걸음이 불편한 이들을 돕는 기기를 허리와 다리에 결착하고 발을 뗐다. 평소처럼 걷는데도 골반 뒤쪽에서 묵직한 스프링이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밀어주는 듯한 동력이 느껴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보폭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계단을 밟을 때 무릎으로 쏠리던 체중이 허공으로 분산됐다. 데이터가 근육의 결손을 물리적으로 메워주는 순간, AI가 화면 속 알고리즘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살과 뼈의 영역으로 파고들었음을 실감했다. AI가 병의 진단과 건강 관리 등 건강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활약하며 아프지 않은 일상을 만든다.

전시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설수록 기술은 더 구체적인 일상으로 번졌다. SKT Enterprise 부스에선 위험 상황을 스스로 걸러내는 인공지능 영상 관제 모니터가 번쩍였고, 기아의 부스에서는 'Mobile Bank' 간판을 단 차량이 찾아가는 은행으로 운영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한 곳에서는 관람객들이 드럼과 기타 컨트롤러를 잡고 리듬게임 '트리니티 비트'에 몰입해 합주를 즐겼고, 건너편 로봇 팔은 1분도 안 돼 관람객의 주름살까지 캐리커처로 쓱쓱 그려냈다. 놀이와 노동, 복지와 산업의 경계가 한 홀 안에서 어지럽게 뒤섞였다.

현장에서 배경을 고르고 촬영한 사진이 2분 남짓한 시간에 AI 드로잉 로봇의 섬세한 캐리커쳐 그림으로 완성되는 모습에 한 체험자는 "관광지에 있는 캐리커쳐 그려주는 화가들 이제 어쩌냐"며 친구들과 놀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길, 처음에 마주했던 휴머노이드의 서늘한 실리콘 촉감이 다시금 손끝에 맴돌았다.

AI와 사물인터넷이 엮어낸 미래는 더 이상 미래학자의 뜬구름 잡는 강연에 있지 않았다. 이미 사람의 얼굴을 입고 눈을 깜빡이며, 내 다리를 대신 밀어주고, 은행 창구와 화폭을 파고들고 있었다. "사람은 이제 뭘 해야 하나"라며 웃어넘기던 관람객의 한마디가 농담처럼만 들리지 않는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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