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경제] 광복절 쫓겨나던 일본은 왜 한반도에 '돈벼락'을 내렸나(영상)


광복절 미스터리

[더팩트ㅣ정리=이선영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23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본부 이환호, 유영림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8월 15일. 오늘은 우리의 잃어버린 빛을 되찾은 지 어느덧 81주년이 되는 뜻깊은 '광복절'입니다. 마침 이번 광복절은 또 토요일이어서 다가오는 월요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분이 3일간 뜻깊고 평화로운 연휴를 맞이하고 또 가족들과 시간도 보낼 것 같습니다. 선배는 이번 연휴를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한림>저는 일단 휴가 기간이기도 해서 좀 쉬려고 합니다. 온전히 휴식을 좀 취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까 하는데 특히나 요즘에 너무 더웠잖아요?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서 숨을 고르는 아늑한 연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로운 주말이 81년 전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라는 생각에 또 세상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요.

선영>네, 맞습니다. 가슴 한 켠에 묵직한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국경일인데요. 저도 광복절 연휴에는 먼 곳으로 가기보다는 조용히 집에서 광복절 생중계도 보고 또 관련 다큐멘터리나 영화도 보면서 차분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한림>보셨나요?

선영>네, 초등학교 때 나온 것 같아요.

한림>안 태어났을 때 개봉한 거 아니에요?

선영>감사합니다.

한림>2004년에 개봉한 걸로 알고 있는데.

선영>네, 딱 초등학교 때네요.

한림>2007년생 아니었나?

선영>너무 간 것 같아요.

한림>죄송합니다.

선영>감사합니다.

한림>아무튼 그렇게 경건하게 보내는 국경일 너무 좋죠. 태극기 게양도 하고. 여러 국경일이 있지만, 광복절은 특히 이렇게 의미가 남다른 국경일인 것 같아요. 또 8월 이렇게 더울 때 있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연휴도 주시고 정말 감사한 선조분들이 아닐까 싶은데. 광복절 당일로 돌아가면, 1945년 8월 15일이죠. 그날은 전 국민이 환희 속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거리로 다 뛰쳐 나왔을 그 순간이 떠오르잖아요. 우리가 예전에 다큐멘터리나 사진에서 본 것 같은데. 그런데 그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경제를 끊어놓기 위해 '누군가' 시장 유통 질서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선영>어떤 얘기일까요? '누군가'라면 일본을 말하는 것 같은데 설마 그 시기에 도망가기도 바쁜데 우리 경제 질서를 좀 어두운 곳에서 뒤흔들고 있었다는 얘기인가요?

한림>네, 맞아요. 다들 일본인들이 짐 싸서 도망치느라 정신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일왕이 항복을 선언하고 우리 손에 완전히 금융 통제권이 넘어오기까지는 무려 3주일. 24일이라는 기묘한 행정 공백기가 있었다고 해요. 패망해서 철수를 해야 되는 그 짧은 틈을 타서 일본이 어떻게 우리 경제를 망치려 했을까요? 놀랍게도 그들이 선택한 무기는 다름 아닌 화폐인쇄기. 총칼이 아닌 화폐인쇄기였습니다. 이 기간 지하 밀실에서 새 지폐를 미친듯이 아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무차별적으로 찍어내기 시작한 겁니다.

선영>어차피 패전해서 완전히 물러나는 상황이었을 텐데. 그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새 지폐를 살포했다고 하니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한림>당시 인쇄 기록을 보면 일본인 간부들이 인쇄기를 얼마나 무리하게 혹사시켰는지 지폐에 일련번호가 다 있잖아요. 지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그런데 그 번호조차 인쇄되지 않은 미완성 화폐들을 마대 자루에 담아서 시장에 흘려 보냈다고 해요. 이거는 단순한 '자금 챙기기' '화폐 챙기기' 이런 걸 넘어서 대한민국이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도록 재정 기반을 기초부터 무너뜨리려 한 일종의 '금융 교란 공작'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해방 직후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이 의문의 광복절 통화 발행 사건. 오늘 '미스터리경제'에서 추적합니다.

한림>이야기를 돌려서, 일본은 왜 떠나는 마당에 화폐를 그렇게 미친듯이 찍어댔을까요?

선영>왜 그랬을까요?

한림>그 증거는 지금의 한국은행이죠. 당시 조선은행의 공식 발권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일제가 항복 선언을 하기 바로 전날인 1945년 8월 14일 이날 기준으로 시중에 돌던 조선은행권 총액은 약 48억 4000만 엔이었거든요. 그런데 9월 초 3주 만에 무려 80억 엔을 돌파했다고 해요.

선영>그럼 48억 엔이던 통화량이 미군정이 들어오고 3주 만에 80억 엔이 됐다는 거네요? 일제가 한반도를 지배한 36년 동안 찍어낸 전체 화폐량의 절반이 넘는 이 돈을 고작 패망 직전에, 단 20여 일 만에 다 찍어서 뿌렸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이 막대한 돈이 다 어디로 간 걸까요?

한림>그게 아주 미스터리죠. 다들 이게 이제 일본의 단순 철수 자금이나, 일본인들이지만 일제강점기 시절에 조선에서 일했던 그 일본인들 또 퇴직금을 챙겨줘야 될 거 아니에요? 기업들도 있었을 테고 하니까. 그런 퇴직금 용도였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실제로 당시 사상 초유의 '뱅크런'이 일어나서 일본인 간부들이 비밀 창고를 열고 지금 다 빨리 철수를 해야 되니까 이렇게 돈을 무더기로 쥐어 줬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무리 퇴직금을 많이 퍼줬다고 해도 단 3주 만에 30억 엔이 넘는 폭발적인 액수가 방출된 건 화폐 유통 법칙상 완전히 불가능한 수치거든요. 아니면 어음 같은 거로 증권이라도 이렇게 종이에 써서 '나중에 주겠다' '우리가 본토로 돌아가면 주겠다'라고 약속할 수도 있는데, 그 즉시 바로 거기서 심지어 일본에서 통용되는 돈도 아닌 그때 당시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썼던 화폐를 줬다는 것은 상식적인 인출이 아니라는 거죠.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적인 살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영>'의도적인 살포'라고 하니까 소름이 돋는데요. 어차피 한반도를 완전히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화폐를 많이 찍어내면 스스로 '화폐 가치를 낮추는' 꼴이잖아요. 그런데 이 단순한 경제적인 가치를 스스로 망가뜨리면서까지 대량으로 살포한 진짜 목적은 뭘까요?

한림>바로 경제학에서 가장 파괴적인 재난으로 꼽히는 초인플레이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무기로 사용한 겁니다. 전쟁에서는 패배했지만 새로 태어날 대한민국의 금융 체계를 시작부터 완전히 주저앉히겠다는 '경제적 보복 공작'이었던 거예요. 일본이 우리나라랑 국토가 그렇게 멀지 않은 나라고 나중에 대한민국이 독립하고 성장을 하겠죠? 그러면 경쟁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사전에 그 근간부터, 뿌리부터 다 뽑아버리겠다는 거예요.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서 시장이 이렇게 통제불능 수준으로 돈을 풀어서 화폐 가치를 거의 종이쪼가리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면 물가가 어떻게 될까요? 물가는 폭등하고 자생할 수 없는 '무능한 경제 구조'가 돼버리는 거죠. 일종의 금융 테러, '금융 자폭 테러'를 한 셈입니다.

선영>그러면 화폐를 무기 삼아 물가 시한폭탄을 투하했다는 건데, 주권을 되찾은 기쁨 뒤에 그런 잔인한 '경제학적 독약'이 또 숨어 있었네요.

한림>네, 맞습니다. 이 미스터리한 자본 테러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주 참혹했다고 해요. 광복 직후에 서울 쌀값이 불과 수개월 만에 무려 '25배' 이상 폭등하는 참혹한 경제적 파탄으로 이어졌고요. 한 두 달, 세 달 만에 이렇게 올라 버렸다는 거는 화폐 가치가 너무 떨어져 버렸으니까 물가가 너무 비싸진 거죠. 그러면 일반 서민은 당장 먹고살 식량을 구할 수도 없어서 가난에 찌들어야 되고 배고파야 되고 민생이 도탄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제 출범해야 될 신생 정부는 출발선에서부터 인공호흡기를 달아야만 했습니다.

선영>그러면 나라를 세우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잔인한 '경제 전쟁'부터 치르고 있었다는 건데. 그 권력 공백기였던 24일 동안 폭주하던 일제의 발권기를 우리는 어떻게 막아내고 금융권을 지켜내고 되찾은 걸까요?

한림>긴박했던 순간, 금융 최전선을 사수한 건 다름 아닌 우리 선조들이었습니다. 광복 직후 자발적으로 결성된 '건국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조선은행에도 한국인 직원들이 있었겠죠? 한국인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상조회를 만들거나 치안연대기구를 만들어서 당직을 서고 이렇게 일제가 금고를 통째로 털어가거나 금융 장부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밤낮으로 감시하고 금고를 사수해 냈다고 해요. 이 자료들은 국사편찬위원회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이런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 손으로 지켜낸 방어선 위로 1945년 9월 8일. 미군정청 선발대가 진주하면서 조선은행 본점 금고를 전격 봉쇄하고, 일제가 무단으로 쓰던 인쇄기, 아까 화폐인쇄기들 판형을 전부 압수하면서 일제의 현금 지출을 그때서야 동결시켰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의 필사적인 방어와 미군의 법적 제재가 맞물려 24일 만에 일제의 금융 테러를 완벽하게 정지시킨 겁니다.

선영>한국은행이 매달 통화유동성 통계도 내고 있고 저희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 다들 노력을 하고 있는데 선조들의 힘이 들어갔다는 걸 또 깨닫게 됩니다. 우리 힘으로 금고를 지켜내고 또 1950년에 한국은행법 제정이랑 설립 준비를 거쳐 1950년 6월 12일에 업무를 개시했다고 하는데요. 금융 독립을 완성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자본의 전쟁이 치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오늘 얘기를 듣고 보니까 주권을 회복하는 것만큼 경제적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네요.

한림>네, 맞습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화폐가 흔들리고 물가가 폭등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언제나 '민생'이거든요. 아주 평범한 우리 서민들이라는 겁니다. 자본의 냉혹한 논리를 떠나서 우리 일상과 삶의 터전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경제의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짜 독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영>화폐박물관에서 무료로 이 내용들을 관람하실 수 있다고 하니까요. 피서지로 가서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림>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처럼 그렇게 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선영>국중박처럼 유명해지면 좋겠네요

한림>네, 거기도 무료라고 하니까. 또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이렇게 우리 경제권까지 지키려고 했는지 보시면 자녀분들 교육에도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영>독자 여러분도 이번 광복절에는 우리의 경제주권과 독립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뜻깊은 국경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더 날카롭고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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