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해 보여도 한순간"…술 취해 한강 들어간 20대 숨져 [오승혁의 현장]


음주 뒤 한강 들어간 20대, 이튿날 숨진 채 발견
야간·음주·불어난 강물 겹치면 구조도 어려워

22일 오승혁의 현장은 이틀 전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한강에 들어갔다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을 찾았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친 뒤 망원한강공원에서 본 한강의 모습. /망원한강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망원한강공원=오승혁 기자] "물에는 장사 없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둔치는 장마철을 맞아 계속 내리는 비 탓에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있고 강물은 회색빛으로 흘렀다. 한강버스 정류장과 한강이 연결된 계단 중 상당 부분이 잠겼을 정도로 비는 강을 계속 불리고 있었다.

이날 '오승혁의 현장'은 이틀 전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한강에 들어갔다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이곳을 찾았다. 빗속에서도 우산을 쓰고 산책하는 시민들이 오갔고, 한강이 보이는 카페와 식당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한강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21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둔치에서 20대 남성 A씨가 한강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A씨의 친구였다. "친구가 한강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신고 지점 주변을 수색했지만 당시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수색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21일 오전 재수색에 나섰고, 결국 물속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사고 전 친구와 술을 마신 뒤 망원한강공원 인근에서 장난을 치다 한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2일 낮 망원한강공원, 20일 저녁 만취 상태로 망원한강공원 둔치에서 한강으로 들어갔던 20대 남성 A씨가 물속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망원한강공원=오승혁 기자

사고가 난 둔치에서 바라본 한강은 가까웠다. 1980년대 한강공원의 둔치는 돌로 된 경사면과 강물이 바로 맞닿은 공간에 가까웠다. 지금의 한강공원은 2000년대 후반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을 거치며 산책로와 수변 시설이 정비돼 시민들이 걷고 머무는 공간과 강물이 어느 정도 나뉜 모습이다.

그래도 강은 멀지 않다. 산책로에서 조금만 내려서면 수변부와 맞닿았고, 계속된 비로 불어난 강물은 평소보다 더 가까워 보였다. 오전 시간대에도 수면 아래 상황은 쉽게 가늠되지 않았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여도 강물은 깊고, 최근 계속된 비로 수위와 흐름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야간에는 위험이 더 커진다. 주변이 어두운 데다 수면에 가로등과 건물 불빛이 반사되면 물에 빠진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신고가 곧바로 이뤄지더라도 구조대가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고 수색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기에 잔잔해 보이는 것과 달리 비가 내린 후의 한강은 그 깊이와 유속을 가늠하기 어려워 위험하다. /망원한강공원=오승혁 기자

술을 마신 상태라면 위험성은 배가된다. 음주 후에는 판단력과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위급 상황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렵다. 물에 들어간 직후에는 괜찮다고 느낄 수 있어도 체온 저하나 체력 소진이 빠르게 찾아오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강공원은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다. 하지만 지정된 수상레저 구역이나 안전시설이 갖춰진 장소가 아닌 곳에서 강에 들어가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음주 후 물가에 접근하거나 장난삼아 강에 들어가는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 더위를 피해 물가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시기다. 한강은 도심 속 휴식처이지만 동시에 깊은 강이다. 겉으로 보기엔 잔잔해 보여도 한순간 방심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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