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도 소용없나”…사흘째 이어진 인천 쿠팡 화재 ‘재난영화 방불’ [오승혁의 현장]


20일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 찾아
소방차 등 장비 230여 대·인력 800명 투입…붕괴 우려에 주민 160여 명 대피

20일 오승혁의 현장은 18일에 발생한 화재가 사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를 찾았다. 쿠팡 간판이 검게 그을렸다. /인천=오승혁 기자

[더팩트|인천=오승혁 기자] "장마도 불 끄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나 봐. 어떡해..."

7호선 석남역 6번 출구를 나서 현장 방향으로 걷자 멀리 화재 현장 상공을 뒤덮은 짙은 연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장맛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뿌연 공기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탄내와 분진이 뒤섞인 공기가 몸을 감쌌다.

20일 ‘오승혁의 현장’은 인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을 찾았다. 물류센터 주변 도로는 재발화와 구조물 붕괴 가능성 등에 대비해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인근 공장과 상가로 출근하거나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은 경찰 통제선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일부 시민은 "여기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른 시민들은 별다른 말 없이 화재 현장을 크게 돌아 목적지로 향했다.

취재진 역시 통제 구간을 피해 한참을 돌아 화재 진압 작업이 진행 중인 물류센터 전면에 도착했다. 현장 도로는 소방차와 소방관들로 가득했다. 도로 양쪽으로 소방 장비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고가사다리차와 크레인에서는 물줄기가 끊임없이 건물을 향했다.

비까지 제법 내리고 있었지만 건물 내부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 듯했다. 깨진 외벽과 유리창 사이로 소화용수가 쉴 새 없이 쏟아졌지만, 건물 한쪽에서는 여전히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20일 오전 소방 당국은 인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을 향해 끊임 없이 물줄기를 발사했다. /인천=오승혁 기자

소방차 등 장비 230여 대와 소방·경찰·의용소방대원 등 80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된 현장은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물류센터 인근에는 깨진 유리와 벽체 조각 등 건물 잔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화재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물류센터를 바라보며 "장마도 불을 끄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나 보다.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7시께 인천 쿠팡 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외벽을 타고 7층까지 번졌다. 불에 타기 쉬운 생활용품이 내부 선반에 빽빽하게 쌓여 있는 데다 선반 구조물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11시께 주불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6층 내부 불길이 밤사이 커졌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하면서 진화 작업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20일 오전 소방 당국은 인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을 향해 끊임 없이 물줄기를 발사했다. /인천=오승혁 기자

소방 당국은 건물 내부에 가득 찬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동시에 소화용수를 뿌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굴착기로 외벽 일부를 부수는 작업도 진행했다. 물류센터와 맞닿은 화물차 진입 구간 5층에는 소방대원들이 직접 투입돼 밤샘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물류센터 2개 동 가운데 1개 동의 불길은 대부분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다른 건물에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외부로 분출되고 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장기화하면서 주변 주민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매연과 유독가스, 검은 분진이 인근 지역으로 퍼지면서 일부 주민들은 두통과 호흡기 불편 등을 호소하고 있다.

구조물 일부가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관할 구청은 전날 오후 11시를 기해 물류센터 램프 구역 반경 116m 안쪽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 대상 지역은 상가와 공장이 밀집한 물류센터 남쪽 일대로, 주거 지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피령은 선제적 안전 조치 차원에서 내려졌다. 소방 당국은 건물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재 현장 주변 주민 160여 명은 연기와 분진을 피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 1곳과 어린이집 14곳도 이날 휴교·휴원 조치에 들어갔다.

이번 화재는 완전 진화까지 엿새가 걸렸던 2021년 경기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5년 만에 발생한 쿠팡의 두 번째 대형 물류센터 화재다.

당시 건물 대부분이 불에 타 장기간 물류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고, 구조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물류창고 화재 안전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덕평 화재 이후 쿠팡이 강화했다고 밝힌 소방안전대책이 이번 화재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향후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비는 계속 내렸지만 물류센터를 뒤덮은 연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수백 명의 소방 인력이 불길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 주민들과 상인들은 검게 그을린 건물을 바라보며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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