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벽 뚫렸다"…삼성·SK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합격선 '입시 지각변동'


22일 종로학원 서울 5개 대학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2026 정시 분석
서울대 자연대, 일부 지방권 의대 점수 추월

난공불락 같던 서울대 타이틀의 벽이 뚫렸다. 반도체 초호황과 AI 열풍이 대한민국 학벌 서열 지도에 전례 없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SK하이닉스

[더팩트|오승혁 기자] 난공불락 같던 서울대 타이틀의 벽이 뚫렸다. 반도체 초호황과 AI 열풍이 대한민국 학벌 서열 지도에 전례 없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가 서울대는 물론 일부 지방권 의대까지 추월하며 이공계 최상위권 대입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모습이다.

22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서울 주요 5개 대학의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의 2026학년도 정시 합격자 평균 점수(국수탐 백분위 70% 컷)는 96.2점으로 집계됐다. 전통의 강자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의 평균 합격점수인 95.8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의대 독주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2026학년도 지방권 의대의 평균 합격점수가 97.2점을 기록한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98.0점을 기록하며 이미 지방 의대 합격선을 넘어섰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역시 97.0점으로 지방 의대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96.0점, 서강대와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각각 95.0점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과거 의대와 일반 공대 간의 점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격차 좁히기다.

특히 대기업 간의 주도권 싸움과 시장 트렌드가 대입 선호도에 그대로 투영된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실적과 기업가치를 급상승시킨 SK하이닉스 연계 학과들이 삼성전자 연계 학과들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SK하이닉스측과 채용 협약을 맺은 3개 대학(고려대, 서강대, 한양대)의 평균 합격점수는 96.7점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 연계 학과인 2개 대학(연세대, 성균관대)의 평균 점수는 95.5점을 기록해 1.2점의 격차를 보였다.

이처럼 대입 판도의 메인스트림으로 우뚝 선 반도체 계약학과의 역사는 정확히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성균관대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개설한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그 시초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대학이 맞춤형으로 육성해 곧바로 채용하는 이 획기적인 모델은 도입 초기만 해도 취업 안정성을 노리는 일부 상위권 학생들의 실속형 선택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국가적 차원의 첨단 인재 확보가 절실해지면서 판이 완전히 커졌다.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 속에 2021년 연세대(삼성전자)와 고려대(SK하이닉스)가 가세했고, 이어 서강대와 한양대까지 차례로 대기업 채용 연계형 학과를 신설하며 이공계 엘리트 코스로 급부상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안정적 취업처였던 계약학과가, 20년이 지난 지금은 전통의 학벌 서열과 의대 독주를 위협하는 최상위권의 종착지로 진화한 셈이다.

이 같은 약진의 배경에는 파격적인 혜택과 실속 중심의 진로 선택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기업이 등록금 전액 지원과 장학금 지급은 물론 졸업 후 확실한 취업 기회까지 제공한다. 과거 최상위권 학생들이 학교 간판과 의대 타이틀에 집착했다면, 최근에는 산업의 미래 성장성과 높은 연봉을 따져 실질적인 안정성을 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이슈와 맞물려 향후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 계약학과와 의대에 동시에 합격할 경우 어느 곳을 선택할지가 향후 입시 판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계약학과를 선택하는 최상위권 수험생이 늘어날수록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선에도 연쇄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현상을 단순한 입시 점수 상승을 넘어 첨단 산업 구조의 변화가 대학의 전통적인 서열 체계까지 뒤흔들기 시작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경쟁이 심화될수록 인재들의 이동 기준 역시 학교의 명성보다 산업의 미래와 확실한 취업 경쟁력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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