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에서 왔심더"…2030 빠진 올림픽공원, '그들'이 점령 [오승혁의 '현장']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재선거 요청 현장
주말 가족 단위서 평일 '아스팔트 보수' 결집…참가자 70% 고령층 재편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5일 차를 맞이하며 장기전 체제로 돌입했다. 초기 2030 세대와 가족 단위 중심의 자발적 항의 방문 성격이 짙었던 현장은 평일로 접어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중장년·노년층 중심의 강한 결집세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어디서 오셨어요?" "(대구) 서문시장에서 왔심더." "멀리서 오셨네요!"

"오랜만입니다!" "이제 집에 가시는 겁니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5일 차를 맞이하며 장기전 체제로 돌입했다. 초기 2030 세대와 가족 단위 중심의 자발적 항의 방문 성격이 짙었던 현장은 평일로 접어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중장년·노년층 중심의 강한 '극우 결집세'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9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올림픽공원은 지난 주말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 7일부터 이곳을 밀착 취재해 온 취재진이 현장의 변화 양상을 살핀 결과, 주말 동안 연인이나 아이의 손을 잡고 참가했던 가족들의 자리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채우고 있었다. ("재선거" vs "부정선거"...선거 규탄서 정치 집회로 '혼돈' [오승혁의 '현장'], 벤츠에 빼곡히 적힌 '재선거'..."특정 단체 소속 아니다" [오승혁의 '현장'])

평일 낮 1500여 현장 참가자의 약 70% 가량이 중장년·노년층으로 채워진 가운데, 현장 곳곳에서는 이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는 대화가 연이어 포착됐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연대를 확인했다. 현장 외곽에서 만난 한 참가자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올라왔심더"라고 인사를 건네자, 주변 참가자들이 "어머, 멀리서 오셨네요"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서울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이 환승하는 올림픽공원역 인근에서 마주한 이들은 오랜 기간 아스팔트 집회에서 안면을 익힌 듯 "오랜만입니다", "이제 가시는 거예요?"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도 일상적으로 오갔다.

참가자들의 성향과 현장 메시지도 주말에 비해 한층 선명해지고 구체화됐다. 집회 초반 "재선거"를 외치는 단일 구호가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로 요구 사항이 세분화되며 구호가 길어졌다.

요구 조건이 늘어나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들이 늘면서 정치적 색채도 짙어졌다. 집회 참가 시민들 중에는 미국 보수 진영의 상징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쓴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는 윤석열이 옳았다는 문구와 함께 이승만과 박정희가 만든 위대한 한국을 부정선거가 망치고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도 등장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는 '윤석열이 옳았다'는 문구와 함께 "이승만과 박정희가 만든 위대한 한국을 부정선거가 망치고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도 등장했다.

현장의 인프라 역시 '장기전'에 맞춰 체계화되는 확연한 변화를 보였다. 전날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냉방 휴식 버스'는 이날 두 대로 증차 됐다. 버스 전면에는 남녀 구별 안내문과 함께 '많은 이들의 이용을 위해 2시간 이내로 이용해달라'는 자율적 통제 수칙이 붙었다. 자발적인 물, 간식, 상비약 등의 나눔 역시 주말의 활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참가자들의 장기 체류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선거 관리 부실이라는 민심의 분노로 시작된 올림픽공원 집회는 평일을 맞아 조직력과 인프라를 갖춘 보수 진영의 결집 장소로 변모하며 당분간 소강상태 없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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