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새 포토존?...기묘한 공존이 함께하는 '감사의 정원' [오승혁의 '현장']


14일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감사의 정원' 현장
6.25m 석재 조형물 배경 삼아 추억 남기는 이들 많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류재식 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대표 등이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조형물을 둘러보고 있다. 감사의 정원은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예우를 담아 조성한 공간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등 22개국과 한국을 포함한 23개 석재 조형물 및 지하 미디어 전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뉴시스

[더팩트|서울 광화문광장=오승혁 기자] "어, 거기 뒤에 다 나오게 서봐. 좋아, 하나 둘 셋!"

14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다소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이틀 전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논란에 휩싸인 '감사의 정원'에 사람들이 모여 활기찬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논란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찾은 '감사의 정원'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앞 쉼터 인근 6·25 참전 23개국을 상징하는 높이 6.25m의 석재 조형물 23개는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서울시가 207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감사의 정원은 6·25전쟁 참전 22개국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지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는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이라고 설명했지만 개장 직후부터 무리하게 추진된 사업이란 일부의 비판과 함께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준공 이후의 뜨거운 논란과 사뭇 달랐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1.5도를 기록했다. 때 이른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새로 생긴 거대 조형물을 배경 삼아 추억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충무공 이순신, 세종대왕 동상에 이어 광화문광장의 새로운 '포토존'이 탄생한 모습이다.

관람객들은 참전국 명패와 각국에서 기증한 석재를 유심히 살피며 대화를 나눴다. 특히 독일에서 온 베를린 장벽 석재와 네덜란드가 평화의 의미를 담아 보낸 타일 장식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붐볐다.

점심 무렵이 되자 인근 직장인들이 가세하며 활기는 더해졌다. 사원증을 목에 건 이들은 정원 지하에 마련된 '프리덤 홀(Freedom Hall)'로 발걸음을 옮겼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계단을 내려가자, 6·25 전쟁 이후 한국의 발전상과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졌다.

14일 오승혁의 현장은 12일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에 개장한 감사의 정원을 찾았다. 지하 프리덤 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탄성을 자아냈다. 그들의 희생으로 눈부신 대한민국이 피었습니다라는 문구가 꽃과 함께 피어나고 있다. /감사의 정원=오승혁 기자

가장 인기를 끈 곳은 AI 기술 체험존이었다. AI 이미지 생성을 통해 참전국의 당시 군복을 가상으로 입어본 직장인들은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 듯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 관람객은 지구본에 평화의 바다가 차오르는 작품을 보고 "미디어아트 진짜 예술이다"라며 "제대로 연출했네, 감성 터진다"고 감탄했다.

현장 관계자는 "어제 하루에만 1,200명 넘게 프리덤 홀을 찾았다"며 "공개 전에는 설치를 반대하며 진입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개관 후에는 아직 큰 충돌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정원 한쪽에는 다른 풍경도 존재했다. '세종 정신 침해하는 감사의 정원 철거하라'는 피켓을 든 시위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크게 구호를 외치거나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 시민은 "광화문에 새로운 볼거리 하나 더 생겼다고 즐기면 그만이지,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거기에만 몰입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말하며 광장의 풍경을 관람했다.

관광객은 셔터를 눌렀고, 직장인은 미디어아트를 즐겼으며, 시위대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땡볕을 이길 정도로 강한 신념과 평온한 일상이 한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목적에 충실한 채 흐르는 광화문의 묘한 공존이었다.

sh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