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카네이션 실종?...영등포 꽃시장은 그래도 '대목' [오승혁의 '현장']


8일 어버이날 맞아 서울 영등포 영신꽃시장 찾아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 수요까지 흡수 '승부수'

8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어버이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영신꽃시장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취재했다. /서울 영등포=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영등포=오승혁 기자] "꽃을 만지면 그냥 모든 걱정이 다 없어져요. 저한테는 정말 천직이죠. 예쁜 꽃들을 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신상가 꽃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여러 색의 카네이션이 뿜는 빛과 장미의 진한 향기가 상가를 가득 채웠고 이곳 상인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1년 중 가장 큰 대목인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변화하는 소비 패턴과 인구 감소의 파고가 이곳 전통 꽃시장에도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1979년에 세워진 이 상가건물에서 상인들은 층마다 꽃, 한복, 이불 등 각기 다른 제품을 판다. 해당 건물 지하에는 꽃, 난 등을 파는 수십개의 가게가 자리하고 있다.

영등포 꽃시장은 이른 아침 문을 열어 낮이면 폐장 준비를 서두른다. 도매와 소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탓에 부지런한 이들이 싱싱한 꽃을 선점할 수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꽃을 사러 오는 이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상인들은 입을 모아 "예전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알려진 것처럼 파리날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한 상인은 "옛날에는 어버이날 전날이면 시장 입구에 줄을 섰다. 그런데 이제는 애들도 줄고, 젊은 사람들은 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않느냐"며 "요즘은 편의점에서도 꽃바구니를 팔고 카페에서도 판다. 꽃을 사는 문화와 방식도 변했고 꽃을 선물하는 이들도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의 한 대학가 편의점에서는 어버이날을 겨냥한 간이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거의 다 팔린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직원은 "준비한 물량이 계속 나가고 있다. 진열된 것들이 다 팔리면 끝"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잘 되는 곳'은 이유가 있었다.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주문을 소화하거나, 자신의 매장에서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팔고자 하는 카페·공방 등 개인 사업자들의 대량 주문을 받는 상점들은 며칠째 자정 무렵까지 심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밀려드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어제 나간 건 다 팔았느냐", "핑크색 카네이션이 부족해 장미를 섞어주겠다"며 고객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그는 "며칠째 12시까지 작업하고 농장까지 다녀오느라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믿고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 힘을 낸다"고 말했다.

흔히 꽃시장 하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을 떠올리지만 영등포 영신상가나 종로꽃시장 등을 찾는 소비자들도 더러 있다. 양재동이 식물과 화훼 분야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지만, 개인 소비자가 소규모로 꽃을 구매하기에는 이들 시장이 가진 접근성과 가성비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영신시장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이곳 상인들의 솜씨가 상당히 좋고, 가격도 좋아서 꽃을 살 일이 있으면 매번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다른 이는 한 매장에서 2만원에 판매하는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보고 "동네 꽃집에서 이 정도면 7만원을 받을 것 같다. 여기와서 제대로 득템한다"고 했다.

매장과 제품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이날 영등포 시장의 카네이션 바구니 가격은 시중 소매점 대비 30~70% 가량 저렴한 수준이었다. 가족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선물도 온라인 주문과 기프티콘으로 대체되는 시대지만, 꽃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꽃 한 송이에 담긴 '진심'의 힘을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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