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리=이한림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09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팀 이상빈, 이환호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오늘 주제 보고 두 눈을 의심했는데요. 우리 '쏘니' 손흥민 선수의 전 소속팀이자 한국에도 팬이 정말 많은 잉글랜드 프로축구(프리미어리그·PL) 구단인 토트넘 홋스퍼가 강등될 수도 있다는 소식. 이거 축구팬들이 들으면 큰일 날 소리 아닌가요?
한림>저도 쏘니의 토트넘 시절 새벽에 경기를 많이 챙겨 본 팬으로서 가슴 아픈 가정이지만 이 상황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PL은 20개 팀이 한 팀당 두 번씩 총 38경기를 하고요. 하위 3개 팀 18, 19, 20등이 2부 리그로 강등되는 그런 제도인데. 현재 35게임 진행했으니까 3게임 남았죠? 그런데 현재 토트넘이 17위예요. 18위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승점 차는 '단 1점'. 남은 경기에서 웨스트햄보다 승점을 더 적게 쌓으면 강등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상황입니다.
선영>진짜 벼랑 끝까지 몰린 것 같은데요. 최근에 챔피언스리권까지는 아니었어도 10위 안에는 들었던 팀인 것 같은데 토트넘이 강등 위기에 처했다는 게 좀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한림>정말 충격적입니다. 그마저도 감독이 바뀌고 나서 최근에 2연승을 한 거거든요. 그 전에는 10경기 무승이었어요. 18, 19, 20등 중에 한 팀이었던 거죠. 이런 토트넘이 구단 역사상 강등이 된 적은 있긴 있었습니다. 총 4번 됐는데 가장 최근이 1977년이에요. 우리 태어나기도 전이죠. 그마저도 1년 뒤 바로 승격을 해서 1부로 또 올라왔어요. 그래서 약 50년을 1부 리그를 유지해 왔던 팀이라는 거죠. 그 사이에 한국 선수로 이영표, 손흥민 이런 선수가 뛰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고 잘 알려져 있는 구단이고요.
선영>네. 또 토트넘 하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구단'인데요. 쏘니 시절에 새 경기장도 짓고 강등된다고 해도 진짜 망하기라도 할까요?
한림>망할 수 있습니다. 거의 망했다고 보면 돼요. 혹자는 토트넘이 강등이 된다면 약 2조원의 가치가 증발할 거라고 하는데요. 토트넘 기업 가치가 시장 분석 사이트 보면 현재 2조30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2조원이 증발해버리니까 '강등벨'이 울리는 순간 사실상 구단이 공중분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선영>그런데 팀이 2부 리그로 가더라도 선수나 경기장이 없어지는 건 아닌데. 잉글랜드 2부 리그도 팬들이 또 많이 경기를 보러 올 것 같기도 하거든요. 연고지도 수도인 런던이고 충성도 높은 팬도 많을 것 같은데요?
한림>그렇죠. 그렇긴 합니다만 TV 중계권료라든지 스폰서십의 증발은 또 막을 수가 없거든요. PL이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로 불리는 이유가 스폰서십이 가장 많고 중계권료가 가장 비싼 그런 곳이기 때문이에요. PL은 1부 리그에만 있으면 구단이 매년 전 세계로 송출되는 중계권료를 받는데 또 인기 팀들 맨유, 맨시티, 아스날, 리버풀, 첼시 이런 팀들이랑 붙으면 시청률은 또 보장이 되니까 가격은 더 세지겠죠. 그 가격이 연간 한 20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2부 리그로 가면 그 팀들이랑 경기를 할 수가 없잖아요. 무려 10분의 1 토막이 난다고 해요. 토트넘 유니폼은 이렇게 나이키에서 제작을 하는데 이 나이키 같은 거물급 스폰서들도 강등 시 계약 해지라든지 금액 삭감 옵션 같은 걸 걸어놨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말 그대로 증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영>수입이 줄어드는 거는 당연한데 더 무서운 거는 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그런 거네요?
한림>그렇죠. 1조원 넘게 빚내서 지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그런 건 있겠죠. 당연히 있겠지만 2부 리그 경기에 누가 비싼 VIP석을 사고 거기다 광고를 붙이겠냐는 거죠. 또 수익 모델이 무너지니까 구단 가치가 토막 나는 건 또 순식간입니다. 여기에 핵심 선수들은 몸값이 굉장히 비싸거든요. 이 선수들 주급을 줄 수익원도 줄어들기 때문에 스타 플레이어들을 '눈물의 땡처리'로 팔아야 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는 거죠.
선영>얘기를 들어 보니까 정말 끔찍한 시나리오인데요. 구단 가치가 거의 '삭제'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토트넘이 강등되면 구단 입장에서는 좀 난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재앙'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한림>손흥민이 토트넘으로 다시 뛰게 된다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겠죠? 공교롭게도 손흥민 선수가토트넘에서 이적을 한 다음부터 토트넘 부진이 굉장히 깊어지고 있는데. 그 시기에 또 이 구단과 오래 역사를 함께했다가 그만두신 분이 계세요. 바로 다니엘 레비 전 토트넘 회장. 이분의 '기묘한 유산'이 있습니다. 쏘니 시절에 레비 회장이 한국 팬들한테 되게 유명했는데 별명이 뭐였는지 아세요?
선영>별명이 '짠돌이'인가요?
한림>네, 맞아요.
선영>선수 사올 때 1원까지 깎는 걸로 좀 유명했던 것 같은데. '협상의 달인'이라기보다 '협상의 악마'라고까지 불렸던 것 같더라고요.
한림>맞습니다. 또 팬들한테는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죠. 원하는,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다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 몇 원 차이로 못 와버리고 하니까. 팬들한테는 욕을 좀 먹었을지는 몰라도 그런데 시장에서는 경영자로서의 레비 회장에게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해요. 레비 회장이 이 2조원짜리 재앙을 이미 머릿속에 그려놨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영>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림>그가 물러나긴 했지만 전 회장이니까 그 전에 토트넘 선수단 계약서에 아주 소름 돋는 '비밀 도장'을 찍어놨다는 보도가 최근에 화제가 됐어요.
선영>약간 보험 같은 걸까요?
한림>보험보다 더 무서운 겁니다. 영국 한 스포츠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 1군 선수단 대다수의 계약서에 레비 회장이 '팀이 강등되는 순간 주급을 즉시 50% 삭감한다'라는 조항을 넣어놨대요.
선영>50%면 월급 반토막을 낸다는 건데. 저희 월급의 반토막을 생각하면..
한림>저희 월급이야 반토막 나도 크게 차이가 없어서 독소 조항까지는 아니지만, 선수들은 굉장히 많은 주급을 받거든요. 주급으로 몇 억씩 받는 선수들이니까.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선수들 입장에서 보니까 완전 날벼락이라는 거죠. 스포츠카 다 팔아야 될 수도 있고.
선영>네, 그렇네요.
한림>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아까 제가 중계권료랑 스폰서 수입이 10분의 1 토막이 난다고 했는데 그 적자를 메우려면 가장 크게 나가는 지출부터 줄여야 될 텐데 그게 바로 인건비. 선수 연봉부터 쳐내야 됩니다. 그래서 레비 회장은 구단이 파산해서 공중분해되는 걸 막기 위해 선수들한테 고통 분담을 강제로 예약해둔 셈이라는 거죠.
선영>진짜 몇 수 앞을 내다본 걸까요? '성적 못 내서 강등되면 책임도 져라' 이런 뜻이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림>저도 저희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 우리 더팩트 팀. 축구팀과 여자 풋살팀의 감독을 맡고 있고 출전하는 사람으로서 경기 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 책임인지, 구단 책임인지, 선수 책임인지 굉장히 헷갈릴 때가 많아요.
선영>긴장이 됩니다.
한림>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거기 때문에 선수들이 같이 책임을 져야 되는 건 맞겠죠. 하지만 선수들을 데리고 온, 선수들을 지도한 감독이나 프런트에도 책임이 있는 건데 이 주급 삭감까지 해버리면 선수들 입장에서는 난감하다고 할 수 있겠죠. 자기는 지고 싶어서 진 건 또 아닐 거 아니에요.
선영>너무 진심을 담아서..(웃음)
한림>물론 다들 이기고 싶고 열심히 하지만 상대팀이 우리보다 더 잘했기 때문에 아니면 우리가 상대팀보다 못했기 때문에 강등권까지 몰려 있는데. 적어도 손흥민 시절에, 손흥민이 토트넘에 있었던 시절에는 이 정도까지, 강등권까지 쳐진 적은 없었다는 거죠.
선영>맞아요
한림>챔피언스리그도 자주 갔고. 그래서 선수 입장에서는 열심히 뛰어야 되는 거예요. 지금 3게임밖에 안 남았으니까 어떻게든 강등권을 탈출하기 위해. 아마 동기부여는 될 것 같아요. 저희야 뭐 이제 얼마 크게 차이가 없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아주 큰 모티베이션이 됐을 것 같고. 물론 이제 그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들도 처음에 그 계약서의 조항을 다 봤겠죠?
선영>그렇죠.
한림>다 보고 사인을 했을 거 아니에요?
선영>네.
한림>그런데 사인을 할 때도 '설마 내가 뛸 토트넘이 강등이라도 되겠어?'라고 생각을 했을 거고요
선영>네.
한림>덕분에 이제 토트넘이라는 기업은 강등이 되더라도 파산만큼은 이렇게 주급이 삭감되면 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명줄을 쥐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영>오늘 얘기를 듣고 나니까 축구장의 잔디 위에는 '승패'만 있는 게 아니라 수천억원짜리 '계산서'가 공처럼 굴러다니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경기가 중요해지겠는데요?
한림>그렇죠. 이제 3경기 남았고 토트넘 다음 상대가 리즈 유나이티드예요. '리즈 시절'이라고 혹시 들어보셨어요? '리즈 시절'이 뭔가요?
선영>'리즈 시절'? 지금 한창 꽃피울 시절? 뭐 이런 걸 '리즈'라고 하나요?
한림>내가 현재보다 과거에 되게 잘나갔을 때 그때를 '리즈 시절'이라고 하잖아요. 그 어원이 된 구단이 바로 이 팀입니다. 리즈 유나이티드. 예전에 리즈 유나이티드는 거의 1부 리그에 있었고 챔스권 팀이었고 아주 유명한 선수가 많았던 팀인데 구단 재정이 약화되고 2부 리그로 강등이 되면서 1부 리그에 못 올라온 지 굉장히 오래됐다가 최근에는 다시 올라와서 1부에서 하고는 있어요. 그리고 올해만 따졌을 때 현재 토트넘이 아까 제가 몇 등이라고 했죠?
선영>지금 17등.
한림>17등인데 리즈가 지금 14등이에요. 올해만 놓고 봤을 때 토트넘보다 순위가 높은 팀이고. 만약에 토트넘이 리즈한테 지고 18등인 웨스트햄이 물론 다음 상대가 아스날이긴 하지만, 아스날은 현재 1등 팀이거든요.
선영>네.
한림>아스날 상대로 승점을 따버린다고 하면 이 순위가 바로 또 바뀔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리즈전마저 '우리 토트넘'이.. 제가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까 '우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토트넘이 강등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주급 반토막이나 2조원 증발, 그런 공포를 아주 생생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선영>그래서 리즈전의 결과에 따라서 강등 기상도가 결정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우리 쏘니의 친정팀이기도 한데 공포의 시나리오만큼은 피해갔기를 바랍니다.
한림>손흥민이 있었으면 이 정도까지 오진 않았겠죠.
선영>그렇죠.
한림>손흥민 선수도 아마 바라고 있을 것 같아요. 강등이 안 되기를. 그리고 여전히 선수들이랑 SNS 보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고. 마지막까지 토트넘이 강등이 안 된다고 하면 다른 팀 누군가는 강등이 돼야 하는 거기 때문에.
선영>그러네요.
한림>팬분들한테는 굉장히 아쉽지만 그래도 경기가 끝까지, 이 PL 리그 자체가 38경기, 마지막 경기까지 또 재밌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가 있어요. 그러면 또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고 경영자들은 그거 가지고 계산기를 돌리고 있겠죠. 그래서 어떤 기업이든 축구팀이든 잘나갈 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레비 회장의 계약서 같은 '방어 기제'가 또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 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어요.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데 대비책은 또 미리 세워놓을 수 있으니까요.
선영>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경제도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그 이면의 숫자를 읽는 눈만큼은 날카로워야 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저희 뉴스 이면의 뉴스를 취재하는 <더팩트>처럼요.
한림>맞습니다.
선영>이번 주 '미스터리경제'는 여러분의 경제 시야를 넓히는 결정적 어시스트가 됐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