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는 회사 앞에서..." 이재용 자택 앞 '천막 농성'에 뿔난 주민들 [오승혁의 '현장']


30일 낮 천막 농성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현장
평화로운 분위기 속 자극적 문구 가득한 천막에 주민들 '난색'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 용산=이새롬 기자

[더팩트|서울 용산=오승혁 기자] "아무리 회장이라도 집은 개인이 쉬는 공간인데, 여기서 이러는 건 주민들에게 실례가 아니냐. 시위를 하려면 회사 건물 앞에서 해야지, 왜 주택가까지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

"여기는 리움미술관 주차장 가는 길 아니고요. 주차장은 내려가서 있어요." (전국삼성전자노조 관계자)

30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을 찾았다. 지난 27일부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을 앞두고 집행부 6인이 이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음달 21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농성에 나선 이들은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은 어떤 상황일까. 농성하는 집행부 입장과 주민들의 반응을 들어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수집품에서 출발한 '리움미술관' 뒤편 언덕을 오르면 담쟁이 넝쿨이 아름답게 드리워진 저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리움미술관 정원과 이 회장 자택 담벼락을 가득 채운 녹음 사이에서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줬다 뺏는 양아치적인 상한 폐지 필요 없다' 등의 거친 문구가 적힌 천막이 나흘째 시민들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다.

취재진은 리움미술관 뒷길에서 남산 둘레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정문 앞 남산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 인근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 이 회장 자택 앞 천막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시민은 "마음 쉬려고 걷는 산책길에 강렬한 문구가 가득한 현수막과 천막이 있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며 "회사 일은 회사에서 해결해야지 왜 집 앞으로 끌고 오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다른 주민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때문에 나라가 다 난리인 것 같다"며 "솔직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전 국민 중에 몇 퍼센트나 되냐. 천막에 있는 이들도 삼성전자에 다니며 받은 돈과 복지 등이 있을텐데 그걸 좀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 용산=이새롬 기자

전국삼성전자노조는 내달 21일 예정된 총파업 궐기대회 전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노사 양측은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오늘 컨퍼런스 콜에서 사측이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태"라며 사측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현실적인 일정 조율의 어려움을 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노조 위원장이 동남아 휴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해야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조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천막 내부의 풍경은 비장한 농성장이라기보다 일종의 '임시 사무실'에 가까웠다. 천막 안을 지키던 노조원 3명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업무를 보고 있었고, 취재진이 다가가자 익숙하게 명함을 요청하며 신분을 확인했다.

특히 리움미술관 뒷길이라는 장소 특성상 주차장을 찾는 차량이 길을 잘못 드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때 노조원들이 직접 나서 길을 안내해 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의 자택 앞에서 사측을 압박하겠다며 설치한 농성장이, 역설적으로 리움미술관의 주차를 안내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 23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6.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33조 8734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9.2%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47조 2253억 원으로 474.3%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 원, 영업익 20조 원으로 최대 실적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이번에도 깜짝 실적으로 2분기 연속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상승 출발했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여러 가지 원인이 겹치면서 전일 대비 2.43% 하락(-5500원)한 22만 500원을 기록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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