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구연경, 무죄 선고에 "공시 원치 않아"...나가는 길 '아수라장' [오승혁의 '현장']


10일 서울남부지법 윤관-구연경 부부에 무죄 선고
구연경 대표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퇴장 주변 '혼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입 혐의를 받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박헌우 기자

[더팩트|서울 남부지법=오승혁 기자] "무죄 선고에 대한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취재진) "......"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법정을 나서는 길은 무죄의 기쁨보다는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경호원들의 '인간 장벽'과 취재진과의 몸싸움 등으로 인한 어수선함으로 가득 찼다.

구 대표는 본인을 촬영하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밀고 그를 둘러싼 4명의 경호원들도 서울남부지법 정문 앞에서 구 대표가 차량에 올라탈 때까지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그만하시죠"를 반복했다. 무죄 판결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스크와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 구 대표는 날선 눈으로 답하며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10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을 찾았다. 이날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에는 기자, 변호인, 경호 인력 등 50명 가량의 인원이 자리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입 혐의를 받는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박헌우 기자

LG가(家)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 대표와 그의 남편과 관련된 재판인 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돼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이 뿜는 열기로 법정 안은 따스할 정도였다. 구 대표는 윤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있던 BRV가 지난 2023년 4월 코스닥 상장 바이오 업체 메지온으로부터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 500억원을 조달 받는다는 미공개정보를 미리 듣고, 메지온 주식 3만5990주(6억5000만원 규모)를 매수해 약 1억566여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구 대표에게 징역 1년과 벌금2000만원, 추징금 1억566여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대표에겐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간접사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팽팽했던 법정 안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재판장이 무죄 판결 시 피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판결 취지를 공시할지 묻자, 구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선고하던 판사와 상반된 힘 있는 톤의 목소리가 법정에 울리자 모두의 시선이 구 대표에게 집중됐다.

남편 윤관 대표는 법원 건물 바로 앞에서 미리 대기 중이던 차량에 신속히 올라타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른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빠른 퇴장이었다.

반면 정문 쪽으로 이동해야 했던 구연경 대표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구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그를 겹겹이 에워쌌다. 취재진이 "무죄 판결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생각하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지만, 구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입 혐의를 받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박헌우 기자

법정 안에서의 활기찼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었다. 경호원들의 비호 속에 정문 앞에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기까지 구 대표는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현장에서는 취재진과 경호원들 사이의 가벼운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라는 법원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 항소할 가능성이 남은 가운데, 'LG가 장녀'라는 무게감과 '미공개 정보 이용'이라는 도덕적 지탄 사이에서 구 대표 부부가 남은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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