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에 갇힌 '평화의 소녀상', 갈등 고조로 '몸살' [오승혁의 '현장']


5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 통과
"위안부는 매춘" vs "사자명예훼손" 시위로 '몸살'

5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들을 취재했다. 4일 수요집회와 위안부법폐지국민운동의 맞불 시위가 진행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바리게이트로 보호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종로구=오승혁 기자] "아이고, 이상한 X들 때문에 소녀상이 완전 갇혔네..." (서울 종로구 행인)


5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앞을 찾았다. 이날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요일이던 4일 세계 최장기 집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이곳에서 열렸다. 35년 전인 1991년 故 김학순 씨의 위안부 관련 최초 공개 증언 후 이듬해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집회다.

같은 시간 약 10m 떨어진 곳에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인 김병헌 씨는 마이크를 잡고 "위안부상을 학교에 세워놓은 것 자체가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했다.

위안부가 되려면 여러 서류가 필요했고, 강제 연행으로 위안부를 조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위안부는 매춘이라고 주장하는 등 김병헌 씨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은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 '흉물 소녀상 철거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가세했다.

다음 날인 이날 현장은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르는 맞불 시위 양상을 걱정한 듯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여러 겹으로 경찰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소녀상에 대한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바리케이드 너머 덩그러니 놓인 소녀상을 바라보던 중장년 여성 두 명은 발걸음을 멈추고 혀를 찼다. "어머, 이상한 놈들 때문에 소녀상이 완전 갇혀 버렸네"라는 시민의 한탄은 현재 소녀상이 처한 현실을 직시시켜준다. 추모의 상징은 어느덧 갈등의 중심지가 되어 '철창' 아닌 철창에 갇힌 신세가 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세워진 예술 조형물(동상)이다. 평화비(平和碑)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가 통과시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에는 상징물(소형상 등)의 관리 실태조사 규정도 포함됐다. 3일 '사자 명예 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도 4일 집회를 이어간 김병헌 씨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취재진은 옛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앞과 남산 둘레길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도 함께 둘러봤다.

이 소녀상들은 바리게이드 속에 갇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논란 때문인지 분위기는 다소 어두워보였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소녀상을 둘러싼 '차디찬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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