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경기도 이천시=오승혁 기자] 거친 흙먼지를 일으키며 경기도 이천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자, 지프(Jeep) 글래디에이터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높은 차에 앉아 있다는 만족감을 넘어, 평소 갖지 못했던 '힘'을 손에 쥐었다는 마력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지프를 탈 때마다 느껴지는 이 특유의 설렘은 랭글러의 픽업트럭 버전인 글래디에이터에서도 여전했다.
국내 시장에서 화물차로 분류되는 글래디에이터에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연간 자동차세는 2만 8500원에 불과하며,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된다. 취득세 역시 일반 승용차보다 낮은 5% 수준이다. 가격은 8510만 원, 배기량 3,604cc 루비콘 단일 트림으로 판매된다.
Q. 이름부터 강렬하다. 글래디에이터, 어떤 차인가?
A. 우리 세대 남자들이라면 영화 '글래디에이터' 속 러셀 크로우를 기억할 거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던 검투사에서 이름을 딴 만큼 강인함이 핵심이다. 지프의 역사는 전쟁에서 시작됐다. 1940년대 미군의 기동력 확보를 위해 태어난 DNA가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
재미있는 건 '루비콘'이라는 이름의 유래다. 1953년 지프 오너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루비콘 트레일을 정복하기 전까지 그곳은 '지나가면 루비콘강을 건넌 것처럼 돌아올 수 없다'고 여겨지던 세계 최고 난도의 코스였다. 1962년부터 63년째 명맥을 잇고 있는 글래디에이터는 80년대 군용 차량인 '두돈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델이기도 하다.
Q. 덩치가 엄청나다. 운전이나 주차가 부담스럽진 않나?
A. 전고가 1850mm다. 웬만한 성인은 차 정수리를 구경하기도 힘들다. 특히 전장(길이)은 5560mm로 랭글러보다 1000mm나 더 길다. 서울과 경기 일대 400km를 주행하며 좁은 건물 주차장도 경험해 봤는데, 처음에는 앞뒤로 몇 차례 오가야 할 만큼 주차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높은 시야와 33인치 타이어가 주는 든든함에 익숙해지면 금방 적응된다.
Q. 오프로드 성능, 명성만큼 확실한가?
A. 2H-4H-N-4L 모드를 제공하는 지프 특유의 4x4 시스템이 탑재됐다. 경기도 고양의 야산 언덕을 4H 모드로 달려보니 노면을 움켜쥐는 힘이 확실히 다르다. 특히 강화된 전방 카메라가 압권이다. 차체가 높아 보이지 않는 앞마당의 상황을 디스플레이로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 공포감을 없애준다. 거친 움직임 속에서도 5링크 서스펜션이 완충 작용을 해줘 어지러움 없이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Q. '오도이촌'족에게 가장 중요한 적재함 활용도는?
A. 1005L의 넉넉한 적재 용량은 캠핑족에게 축복이다. 전용 실드로 짐을 보호할 수 있고, 적재공간에 230V 방수 파워 아웃렛이 있어 전자제품 사용도 편리하다. 뒷좌석도 성인 남성 둘이 앉기에 레그룸이 충분했다. 견인력이 워낙 좋아 트레일러를 끌거나 차박용으로 개조하기에도 최적이다.
Q. 리터당 6km 연비, 그리고 타스만 등 경쟁 모델에 대해선?
A. 솔직히 연비는 포기해야 한다. 휘발유 80리터를 가득 채우면 약 14만 원이 든다. 하지만 지프는 효율이 아니라 감성으로 타는 차다. 압도적인 시야와 '하차감'이 그 비용을 상쇄한다.
최근 기아 타스만, 쉐보레 콜로라도 등이 출시되며 선택지가 넓어졌지만, 지프 고유의 물리 버튼 감성과 정통 오프로드 DNA는 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공조 장치를 꾹꾹 누르는 아날로그적 쾌감을 남겨둔 점이 이 차의 진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