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인천 강화군=오승혁 기자] "아무래도 서로 사는 급간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이 마을에 몇 집 살지도 않는데 안면을 트거나 인사가 오간 적 한 번 없어요. 뉴스에 익숙한 지역이 나오길래 그제야 '저 집이 연예인 차은우랑 관련이 있구나' 하고 알았지." (인천 강화군 불은면 현지 주민)
28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인천 강화군의 한 숯불장어 전문점 건물. 한때 가수 겸 배우 차은우(본명 이동민)의 '단골 맛집'으로 이름을 떨치며 '연예인 단골 맛집'이라는 화려한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이곳은 현재 적막감만이 감돌고 있었다. 최근 불거진 200억 원대 탈세 의혹의 중심에 선 차은우 가족 법인의 '본거지'로 지목된 현장이다.
이곳은 단순한 '단골집'이 아닌 차은우의 모친이 직접 운영했던 가족 사업체이자, 200억 원대 탈세 의혹의 진원지인 '가족 법인'의 주소지로 드러났다. SNS에 ''얼굴 천재' 차은우도 자주 찾는 가게인 것은 안 비밀'이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강화군에서 4년여 동안 성업했던 가게는 확장 이전 소식을 알리며 장소를 바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장어를 팔고 있다.
차은우 모친이 대표이사를 맡고 차은우가 임원으로 자리한 유한책임회사 A법인의 주소가 여기로 되어 있었다. 차은우는 모친과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유한책임회사로 조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에 추징을 통보받은 금액만 200억 원에 달한다.
아들인 차은우를 연예인이자 단골 손님으로 소개했던 장어집 SNS 홍보글에는 '성지 순례' '이 가족은 진짜 뭐지' 등의 댓글이 꾸준히 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 강남 청담동으로 확장 이전한다"는 공지를 끝으로 문을 닫은 이곳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150석 규모의 식당 내부 집기는 모두 빠져나갔고, 공사는 중단된 듯 어수선했다.
연예 매니지먼트와 부동산 임대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법인의 주소지가 강화도에 위치한 한 식당이라는 점에 의구심을 가진 국세청은 차은우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사 중단 탓에 리모델링 자재가 주차장에 방치되어 있고 구조만 그대로 남은 건물에는 싸늘함이 감돌았다. 150석 규모로 운영되던 해당 매장은 단독주택 두 채를 연이어 붙인 형태로 1층에는 홀과 여러 룸이 있고 한 채에만 2층이 운영된 모양새다.
식당 집기가 모두 사라진 텅 빈 바닥에 해당 매장의 수도 요금 미납 고지서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공사 중단 후 방치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역시 상당 기간 밖에 있었던 탓인지 꽁꽁 언 상태였다.
야외에는 연못과 조각상, 가게 뒤의 산과 연결된 다리 등으로 만들어진 포토존과 족구장, 농구 골대, 100여대 규모의 대형 주차장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나, 그 어디에서도 연예 매니지먼트업을 수행하는 경영 활동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국세청이 이곳을 실체 없는 '페이퍼 컴퍼니'로 판단한 근거가 현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업계에서는 차은우 측이 강화도를 택한 배경에 주목한다.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돼, 법인 설립 시 취등록세 중과세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조세 피난처' 역할을 한다. 개인 소득세(최고 45%)보다 훨씬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으려 한 정황이 뚜렷하다.
강화군 관계자는 "지난 26일 해당 법인에 대한 현장 조사를 마쳤다"며 "위법 행위가 명확한 만큼 법리 검토를 거쳐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인은 주소지를 서울 강남구로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이 동네에 사는 가정이라고 해봐야 몇 집 안 되는데, 개업 후 마을과 소통은커녕 인사 한 번 없었다. 아예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들 같았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 사회와 단절된 채 거액의 세제 혜택만을 노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차은우 측은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과세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SNS를 통해 "도피성 입대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광고계와 방송계는 '차은우 지우기'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