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유영림 기자] "국내 주식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전광판의 숫자가 숨 가쁘게 움직였다.
대한민국 증시가 사상 첫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를 연 지 불과 며칠 만인 이 날. 시장은 잠시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개장과 동시에 지수가 4900선으로 밀리며 아슬한 듯 출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50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잠깐의 소동에도 '금융시장의 최전선'인 딜링룸 직원(딜러)들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오전 트레이딩 주문 처리에 집중하며 차분히 모니터를 응시할 뿐이었다. 커진 등락폭에 불안감을 내비치지도 않았다. 자리마다 놓인 다중 모니터를 번갈아 확인하며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누고, 전화 통화 후 잠깐의 한숨을 쉬는 등 말 그대로의 '업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투자 하는 사람들은 좋았을 것 같고..."
현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시장 참여자 A 씨는 '코스피 5000 돌파' 당시 순간을 농담과 함께 털어놓았다. 그는 "코스피 5000은 되게 의미 있는 숫자"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공략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분위기 좋고 취재진도 많이 왔다"며 "다만 장중 (5000선) 터치라서 종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차분하게 답변했다.
트럼프 '관세 발언'이 코스피에 끼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일단 지금은 반등했고 어제 미국 증시도 좋았다. 좋은 흐름 보여주고 있었다"며 "다만 관세 뉴스도 확인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떠도는 정보에 대한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환율도 1450원 대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안정화됐고 코스피도 다시 반등했다"며 "불확실한 이슈 속에서도 분위기와 매수세는 아주 좋다"고 전했다.
A 씨는 정부 정책이 '오천피'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도 추측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따라서 (국내) 원화 재산 투자의 활성화,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한 많은 정책들이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코스피도 오르고 환율도 안정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천피' 시대를 맞이한 지금,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묻자 그는 "국내 주식 저평가를 해소화해 더욱 가치가 좋아지는 단계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분위기는 더 좋고 또 오르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시장의 온기는 대형주에만 머물지 않았다. 딜링룸의 또 다른 모니터 한켠에는 1,000 포인트를 넘어선 코스닥 지수가 선명했다. ‘형님’ 격인 코스피가 5,000선을 뚫는 사이, ‘아우’인 코스닥 역시 1,000선(천스닥)을 돌파하며 시장의 기초 체력이 전반적으로 튼튼해졌음을 증명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이날 5000선을 넘기며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5000선을 넘긴 것은 사상 최초다. 코스닥 지수 역시 1080선에 거래를 마감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4~5층에 연 총 2천96㎡(약 634평) 규모의 '하나 인피니티 서울'은 126석의 공간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딜링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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