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 양천구=오승혁 기자] "평일 오전인데, 평소랑 분위기가 확 달라요." (헌혈 참여자)
"‘두쫀쿠가 여기까지?’ 이러면서 왔는데, 말 그대로 선한 영향력이네요." (헌혈 참여자)
16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에 위치한 '헌혈의 집' 목동점을 찾았다. 평소 헌혈의 집이 있는 건물 현관과 거리에서 헌혈을 홍보하며 헌혈자를 모집하던 모습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현장 홍보 대신 이날은 ‘레드 커넥트’ 앱을 통한 헌혈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였다.
오픈을 앞두고 헌혈의집 간호사들은 이날 헌혈자들에게 제공될 이벤트 경품인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보기 좋게 진열하고, 상품권 등 증정품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간호사는 "두쫀쿠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오늘은 예약자가 워낙 많아 당일 접수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찾아 헌혈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는 대한적십자사가 신규 헌혈자 유입 감소와 혈액 수급 악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했다. 서울중앙혈액원 관할 헌혈의집에서 전혈·혈소판 헌혈자에게 인근 카페에서 당일 제작한 두쫀쿠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목동 헌혈의집 역시 이번 이벤트 대상에 포함됐다.
이 덕분에 현장에는 20~30대 헌혈자, 특히 여성 참여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았다. 기존 헌혈자들에게 발송된 이벤트 안내 문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며 이를 보고 찾아왔다는 이들과, 이번이 첫 헌혈이라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한 봉사자는 "두쫀쿠 증정 이벤트 알림을 보고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워낙 구하기 힘든데, 누가 사다 준 걸 조금 나눠 먹어본 적만 있었지 이렇게 하나를 온전히 먹어보는 건 처음이라 기대된다"고 웃었다.
다른 봉사자는 "이벤트 자체가 재미있다"며 "오픈런도 자주 하고 두쫀쿠를 정말 좋아하는데, 좋은 일도 하고 좋아하는 것도 먹을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헌혈 참여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소한 혜택이 젊은 층의 발길을 돌리는 유인책 역할을 한 셈이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기획한 행사였는데, 오늘 반응을 보니 또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장은 단순한 ‘이벤트 효과’로만 치부하기엔, 현재 헌혈 수급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헌혈자 실인원은 126만4525명으로 2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2014년(169만6095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25.5% 감소했다. 특히 10·20대 헌혈 실적은 줄어든 반면, 40대 이상 헌혈은 늘어나 젊은 신규 헌혈자 유입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두쫀쿠가 이날 헌혈의집을 문전성시로 만들고 새로운 헌혈자를 유입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소소한 '디저트 하나'가 가진 커다란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