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두 배' 미니 일렉트릭, ‘고카트 감성’ 살아있나? [오승혁의 '팩트 DRIVE']


주행 거리, 성능은 UP, 공간·편의성은 그대로…
3일 실주행에서 드러난 미니 일렉트릭 강점과 한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11월에 3일간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쿠퍼’(미니 일렉트릭)와 함께 다양한 길을 달리며 성능을 테스트했다. 사진은 취재진이 키를 들고 가까이 가자 윙크하듯 헤드 라이트가 켜지는 미니의 정면 모습. /서울 마포구=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노원구=오승혁 기자] 전기차 시장이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더 멀리 가느냐’를 두고 경쟁하던 시절, 2019년 첫 선을 보인 미니 일렉트릭은 조금 다른 해답을 들고 나왔다. 귀여운 얼굴과 짧은 휠베이스, 특유의 고카트 감성으로 사랑받아온 미니가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재밌는데, 너무 짧다"였다. 완충 기준 150km 수준의 주행거리는 전기차로 쓰기엔 분명한 한계였다.

이번에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시승한 차량은 올해 3월 국내에 출시된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쿠퍼’(미니 일렉트릭)다.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는 '뉴 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배터리 용량과 효율을 손보며 주행 가능 거리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미니 일렉트릭에는 54.2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국내 기준 320㎞다. 배터리는 중국 CATL의 경쟁사인 에스볼트가 생산했다. NCM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 거리를 늘리는 동시에 미니만의 디자인과 실내 연출, 고카트 같은 주행 감각은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11월에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와 서울 노원구, 여의도, 강남, 경기도 고양시 등 여러 지역을 돌며 페이버드 트림을 시승하며,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와 ‘이 차를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를 함께 짚어봤다.

Q. 이번 미니 일렉트릭, 이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

A. 가장 큰 변화는 주행거리다. 초창기 미니 일렉트릭은 완충 기준 약 150km 수준에 그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충전을 해야 장거리 여행을 겨우 갈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기차 구매 시장에서 서울-부산 거리인 400km를 한 번의 완충으로 갈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중고 전기차 판매 및 구매를 중개하는 앱에서 배터리 성능을 해당 기준으로 나타낼 정도다.

2019년 최초 출시 당시 주행거리를 최대 단점으로 지적 받았던 BMW는 이번 부분 변경에서 미니의 이 약점을 정면으로 손봤다. 결과적으로 주행 가능 거리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 지점이 미니 일렉트릭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확인한 미니 일렉트릭의 중앙 원형 디스플레이. 그래픽 품질과 UI는 미니 고유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서울 노원구=오승혁 기자

Q. 실제 시승 중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어느 정도였나?

A. 차량을 처음 인도 받았을 때는 배터리가 100% 충전된 상태였고, 계기판에는 예상 주행 가능 거리로 320km 이상이 찍혔다. 이후 급추위가 찾아온 겨울 날씨에서 난방을 강하게 사용했고, 다양한 주행 방식을 체험하기 위해 특히 고카트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통상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은 더위, 추위 등의 날씨와 냉난방 사용 정도, 주행 방식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0km 넘게 주행한 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12km였다. 완충했을 때의 주행 가능 거리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달린 셈이다. 배터리를 아끼는 정속 주행 위주로 운행할 경우 300km 중반대 실주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부산을 충전 없이 한 번에 주파할 정도의 수치는 아니지만, 일상 주행에서 잦은 충전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주행거리 불안을 크게 줄일 만큼의 변화는 이뤄냈다.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촬영한 미니 일렉트릭의 스티어링 휠. 작은 직경과 묵직한 반응이 미니의 주행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서울 마포구=오승혁 기자

Q. ‘미니 감성’이라 불리는 디자인과 실내 분위기는 전기차로 넘어오면서도 유지됐나?

A. 실내에 탑승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미니 특유의 원형 중앙 디스플레이다.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으면서도 이 상징적인 요소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계기 정보와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이 원형 안에 담기면서, 시각적으로 "이 차는 미니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다만 스마트폰을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로 연결하면, 원형 디스플레이 내부에 직사각형 화면이 한 번 더 들어가는 구조가 된다. 화면 비율상 "액자 속에 또 액자" 같은 느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래픽과 해상도 자체가 좋아 시인성은 충분하고, 적응도 빠른 편이다. 그럼에도 화면이 조금 더 커졌다면, 직관성과 몰입감 측면에서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Q. 조작계와 버튼류는 최근 차량들처럼 터치 위주인가, 아니면 물리 조작에 무게를 두었나?

A. 미니 일렉트릭의 조작계는 터치 일변도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려 한 흔적이 뚜렷하다. 변속은 P–R–N–D를 움직이는 방식이고, 시동 역시 돌려야 걸리는 형태로 구성해 "무언가를 켠다"는 손맛을 남겼다.

주행 모드는 익스피리언스 메뉴를 통해 선택할 수 있다. 코어(Core), 그린(Green), 퍼스널(Personal), 비비드(Vivid), 타임리스 밸런스(Timeless Balance)에 더해, 미니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고카트(Go-Kart) 모드까지 마련된다.

모드에 따라 실내 연출과 그래픽이 달라지면서, 단순한 셋업 변경을 넘어 차의 캐릭터를 바꿔 타는 듯한 느낌을 준다.

Q. 고카트 모드는 실제 주행 감각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만들어 내나?

A. 함께 시승한 동승자는 첫 인상으로 "이건 진짜 카트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운전대를 잡고 몇 km만 달려보면 이 표현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스티어링 휠을 꺾는 만큼 차체가 빠르게 반응하고, 노면 상태가 운전대와 시트로 적당히 전달된다. 과도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죽이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잡은 셋팅이다. 전기 파워트레인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응답과 맞물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지체 없이 속도가 붙고, 코너에서는 꺾는 대로 머리를 들이밀며 라인을 따라간다.

이러한 조합 덕분에 미니 일렉트릭은 "미니를 타면 카트라이더 게임을 할 필요 없다"는 오래된 농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차가 됐다. 주행 질감만 놓고 보면 '운전이 재밌는 차'라는 미니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된다.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미니 일렉트릭 2열에도 앉아 편의성을 확인해봤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 마포구=오승혁 기자

Q. 실내 공간과 편의사양은 어떤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짚어 달라.

A. 파노라마 선루프는 원터치로 개방이 가능해 개방감 확보에 한몫한다. 2열은 등받이 옆 끈을 튕겨 앞좌석을 젖힌 뒤 탑승하는 방식으로, 성인 기준 4인 탑승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기본적으로 3도어 소형 해치백이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장거리 4인 탑승을 전제로 한 패밀리카로 보기에는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편의사양에서는 단점도 눈에 띈다. 시트는 착좌감과 지지력은 무난한 편이지만, 통풍 시트가 제공되지 않는다. 여름철 사용성을 고려하면 이 부분은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별도 유닛이 대시보드 위로 솟아오르는 방식으로, 최근 트렌드인 앞유리 직접 투사형 HUD와 비교하면 위치 조절 자유도가 떨어진다. 운전자가 몸을 살짝 움직여 시야를 맞춰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수납공간 구성은 실사용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앞쪽에 컵홀더 두 개와 소형 수납 슬롯, 스마트폰 충전 공간, C to C 타입 포트가 마련되고, 뒷좌석에도 컵홀더가 배치된다.

반면 도어 구조와 안전벨트 위치가 다소 특이해 벨트를 채울 때 몸을 크게 비틀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는 이 불편함을 "운동까지 시켜주는 미니"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단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Q. 가격과 경쟁 차종을 고려했을 때 이 차의 포지션은 어디쯤?

A. 국내 기준으로 클래식 트림은 5200만원대, 페이버릿 트림은 5600만원대 수준에 형성된다. 이 가격대에는 기아 EV6, 현대 아이오닉 6, 볼보 EX30, 지프 어벤저, 르노 세닉 E-테크 등 체급이 더 크고 실내 공간이 넉넉하며, 주행거리도 더 긴 전기차들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단순히 가격 대비 제원, 공간, 주행거리만 놓고 비교하면 미니 일렉트릭은 "가성비 좋은 선택"이라는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이 차는 애초에 그런 잣대로 선택하는 모델이 아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나는 미니가 좋다"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차다.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실내 연출, 고카트 같은 주행 감각을 전기 파워트레인과 함께 즐기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설득력이 있다. 반대로 "같은 예산에서 가능한 한 큰 차, 긴 주행거리, 최대 효율을 뽑아내고 싶다"는 소비자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더 합리적이다.

미니 일렉트릭은 주행거리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고, 미니 특유의 디자인과 조작계, 고카트 주행 감각을 유지하면서 소형 전기 해치백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지킨다. 그 결과 이 차는 "누구에게나 무난한 전기차"가 되기보다는, 취향이 뚜렷한 특정 고객층을 겨냥하는 모델로 자리 잡는다.

운전 자체를 즐기고, 차를 이동 수단이 아니라 취향과 놀이의 도구로 보는 사람, 그리고 이미 미니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미니 일렉트릭은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반대로 전기차를 가성비와 효율, 공간과 스펙 중심으로 고르는 소비자에게 이 차는 비추천에 가깝다.

결국 미니 일렉트릭은 "스펙으로 고르는 전기차"가 아니라, "성향과 취향으로 고르는 전기 미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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