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차로 유럽 해치백 고민하는 이들, 골프 2.0 TDI 사도 될까 [오승혁의 '팩트 DRIVE']


콤팩트한데 어른스러운 주행 감각…실주행 연비·공간·편의사양으로 따져본 ‘현실형 선택지’
폭스바겐 골프와 함께한 이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이번에 시승한 골프는 8.5세대 2.0 TDI 트림이다. 프리미엄 4007만원, 프레스티지 4396만원이며 개별소비세 인하 적용 시 39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이틀간 아쉬움이 남지 않게 달렸다고 생각했는데도 헤어지는 순간 약간의 미련이 남을 정도로 골프의 매력은 확실했다. /서울 마포구=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마포구=오승혁 기자] 서울 마포구 전역과 여의도, 종로에 이어 경기도 고양, 파주시 등의 지역을 이틀 동안 폭스바겐 골프와 함께 가을 단풍 속을 달렸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주차장에서 마주한 골프는 처음부터 "이야! 이쁘다"라는 감탄사가 입 밖에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모델 10위 중 절반이 해치백일 정도로 뒷좌석과 적재 공간이 합쳐져 있는 해치백 특유의 스타일은 유럽인들에게 각광 받는다. 그리고 폭스바겐 골프는 해치백을 애정하는 유럽 자동차 시장을 정의한 차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974년 첫 선을 보인 뒤 50년 넘는 시간 동안 특유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이번에 시승한 골프는 8.5세대 2.0 TDI 트림이다. 프리미엄 4007만원, 프레스티지 4396만원이며 개별소비세 인하 적용 시 39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이틀간 아쉬움이 남지 않게 달렸다고 생각했는데도 헤어지는 순간 약간의 미련이 남을 정도로 골프의 매력은 확실했다.

디젤 엔진이 적용된 해당 차량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7.3km로 50리터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주행거리가 1000km에 육박한다. 밟으면 밟는 대로 부드럽고 힘 있게 나가 '펀 드라이빙'이 가능한 차체와 지나가는 행인들이 한 번씩 집중하게 만드는 디자인과 착 붙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울리는 크리스탈 아이스 블루 색상은 계속 만족을 더했다. 그럼 지금부터 골프의 깜박이를 켜보자.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시승한 폭스바겐 골프 8.5세대 2.0 TDI 차량의 뒷 모습. /서울 마포구=오승혁 기자

Q. 이번에 탄 골프를 직접 몰아본 첫 인상은?

A. 시승한 차량은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다. 8세대 골프의 부분 변경 모델로 이른바 8.5세대로 불리는 최신형이다. 기본 실루엣은 여전히 골프답다. 전장 4285㎜ 수준의 콤팩트한 차체에, C자 형태로 떨어지는 해치백 루프라인이 어우러져 익숙한 골프의 형태를 유지한다.

다만 디테일에서 세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전면에는 빛이 들어오는 ‘일루미네이티드 로고’와 라디에이터 그릴 라이트가 추가됐다. 야간 도로를 달릴 때 전면부 전체가 한 줄기 라인처럼 빛나면서 작은 차지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헤드램프는 얇고 입체적인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자리 잡았다. 높은 시인성과 함께 날렵한 인상을 준다.

골프의 진정한 매력은 주행에 있다. 효율을 강조한 디젤 엔진도 매력적이지만,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골프는 콤팩트한 차체에 비해 힘 있는 주행으로 운전자에게 도로를 지배하는 듯한 느낌을 안긴다.

차선을 변경할 때는 그에 맞는 묵직함을 보여주고 핸들을 틀 때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과하게 날뛰지는 않는다. 흔들리는 느낌 없이 노면 위를 꾸준히 붙잡고 가는 인상이 강하다. 덩치는 작지만 어른스러운 차다.

폭스바겐 골프와 함께 달리는 공간 핸들 뒤 디스플레이로 연비를 계속 확인하며 주행했다. 통상 리터당 16km 이상의 연비가 나왔다. /폭스바겐코리아

Q. 연비는 잘 나오는지?

A. 결론부터 말하면 잘 나온다. 공식 복합 연비는 리터당 17.3㎞다. 시승 기간 동안 도심·외곽 혼합 구간을 주로 달렸고, 정체 구간과 빗길까지 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계기판이 보여준 실주행 연비는 16㎞/ℓ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서울 도심에서 신호대기와 정체가 반복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공인 수치에 상당히 가까운 수준이다. 장거리 고속 위주로 달린다면 공인 연비 이상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젤 엔진을 선택한 것에 대한 연비 측면의 후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Q.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어느 정도인가?

A. 예상보다 훨씬 얌전하다. 정차 상태에서 기어를 D나 N에 두고 있어도 실내로 전해지는 진동은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창문을 닫으면 외부 소음이 한 겹 걸러지는 느낌이 강하고, 디젤 특유의 소리는 실내보다는 차 밖에서 들리는 쪽이 더 크다.

물론 전기차처럼 "조용해서 차가 달리는지 모르겠다"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디젤은 무조건 시끄럽다’는 기존 인식으로 접근하면, 생각보다 정숙하다는 인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상 주행에서 소음 때문에 피곤해질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Q. 승차감은 어때?

A. 단단한 편이지만 불편한 단단함은 아니다. 서스펜션은 물렁거리기보다는 탄탄함에 가깝게 세팅되어 있다. 강남 일대의 요철 구간이나 상암 주변의 굴곡이 있는 도로를 지날 때, 1차 충격을 어느 정도 걸러낸 뒤 둔탁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해치백이 흔히 가진 ‘가벼운 느낌’ 또는 ‘통통 튀는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한 체급 위 중형 세단에 가까운 감각에 더 가깝다.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를 떠나도 크게 불만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승차감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Q. 실내와 디스플레이, 조작계는 어떤가.

A. 실내는 폭스바겐 특유의 디지털 감성이 강화됐다. 12.9인치 대화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한다. 이전 세대보다 확실히 커진 화면 덕분에 내비게이션 지도와 각종 기능 메뉴를 동시에 띄워도 여유가 있고, 터치 반응도 빠른 편이라 조작 시 답답함이 크지 않다.

공조 장치와 시트 열선 등 주요 기능은 화면 하단과 센터부에 위치한 터치로 조작하게 되어 있다.

다만 온도와 볼륨까지 터치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 물리 다이얼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처음에는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계기판은 풀 디지털 클러스터로 구성돼 주행 정보, 지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 상태 등을 레이아웃을 바꿔가며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더팩트> 지하주차장에서 폭스바겐 골프의 주차 보조 기능을 작동하고 주차를 해봤다. /서울 마포구=오승혁 기자

Q. 편의 사양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A. 차급을 생각하면 꽤 후하게 넣어줬다는 느낌이다. 운전석에는 전동 시트가 적용돼 있다. 전동식 시트 조절과 요추 지지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트림에 따라 마사지 기능까지 제공한다.

특히 주차 보조 기능이 강점이다. 해치백 특유의 생김 덕분에 골프의 주차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주차 보조 덕에 안 그래도 쉬운 파킹이 한 단계 더 간단해졌다.

그러나 운전석에만 적용된 마사지 기능은 약간 아쉬움을 안겼다. 운전석과 동승자석, 2열 좌석 등 모든 자리에 편의를 강화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변화에 따라 오기 위해서는 폭스바겐이 진화해야 할 것 같다.

탑승자의 요추를 감싸면서 원하는 강도와 방향으로 마사지를 지속하는 방식의 진화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4000만원 가량의 골프가 동승자석 시트와 트렁크는 수동으로 움직여야 하는 현재 방식에서 전동으로 변화되면 더 높은 만족도를 가져올 수 있을 전망이다.

Q. 공간과 실용성은 어느 정도인가?

A. 겉으로 보기엔 아담하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여유 있는 편이다. 전장은 4285㎜로 전형적인 콤팩트 해치백 크기지만, 앞좌석 운전 포지션을 성인 남성 기준으로 맞춰 놓고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과 앞좌석 사이에 손 한 뼘이 조금 안 되는 공간이 남는다. 성인 네 명이 함께 탑승해도 무릎이 바로 시트에 닿는 답답한 분위기는 아니다.

헤드룸은 해치백 특유의 루프라인 때문에 세단보다는 낮다. 키가 185㎝ 이상인 탑승자의 경우 뒷좌석에서 머리가 천장에 닿거나 닿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장신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실제 착석 후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트렁크는 해치백 치고 깊이와 폭이 넉넉한 편이다.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주말 장보기부터 캠핑 용품까지 어느 정도 대응 가능한 적재 공간이 확보된다. 전체적으로는 ‘실속형 패밀리 해치백’으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다.

이틀 동안 함께 한 폭스바겐 골프를 총평하자면, 출퇴근과 주말 드라이브를 함께 고려하는 운전자에게 잘 맞는다. 도심 주차 스트레스를 줄이면서도, 고속도로에서의 안정적인 주행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선택지로 충분히 올릴 만하다.

첫 차로 수입차와 해치백을 고민하는 이들, 그리고 가족을 태우고 다니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은 아빠들에게 특히 현실적인 모델이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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