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 광남고=유영림 기자] "맞다, 도시락!"
13일 오전 7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수능 한파'가 없어서일까, 시험을 향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입실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얇은 옷차림으로 긴 행렬을 이었다. 이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경찰들은 새벽 일찍 나와 인근을 지켰다.
대부분 학부모가 수험생의 가방을 메주다 교문 앞에서야 가방을 건네는 모습이었다. 조금이나마 수험생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은 대동소이했다. 그들은 자녀의 옷매무새를 매만지며 응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 중 한 가족은 수험생만큼 긴장한 나머지, 학생을 고사장으로 들여보낸 뒤에야 도시락을 건네지 않은 것을 떠올리기도 했다. 도시락은 교직원의 손에 전해져 무사히 학생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미리 수험 시계를 챙기지 않아 현장에서 구매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분홍색의 이른바 '김장 조끼'를 입고 혼자 씩씩하게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도 보였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고사장으로 보낸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맞은편 카페에 앉아 학교를 바라보거나, 다른 학부모와 함께 자녀들의 수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교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기도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교사들 또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초록색 니트를 입은 교사 A 씨는 정문 앞에서 자신의 제자가 보일 때마다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쥔 제자에겐 "커피를 샀냐"는 사소한 칭찬으로 자신감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입실 완료 2분 전인 8시 8분께. 광남고등학교의 마지막 입실자는 검은 후드집업 차림의 여학생이었다. 멀리서부터 자신을 기다리는 교사와 취재진이 보이자,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교문을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교사는 "뛰지 말고"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며 마지막 학생까지 안전하게 고사장으로 안내했다.
8시 10분. '수험생 입실 완료 시간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며 광남고등학교의 교문이 닫혔다. 지난해보다 응시자가 3만여 명이 늘어 55만 4174명이 수능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광남고등학교에서도 저마다의 전투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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