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만 시킨 것 맞아?" 이상하고 이상한 서울 광장시장 [오승혁의 '현장']


4일 약 150만 구독자 보유 먹방 유튜버의 광장시장 폭로 이슈
확인 취재차 방문한 5일에도 이상한 경험 이어져

5일 오승혁의 현장은 메뉴 바꿔치기, 가격 올려 받기 등의 논란으로 이미지가 얼룩지고 있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순대를 주문하며 현장 실태를 취재했다. 사진은 주문한 8000원 상당의 순대 메뉴 모습. /서울 종로=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광장시장=오승혁 기자] "뭐 드신다고요? 이거(순대만) 시킨 것 맞아요?"

"현금으로 계산하고 1000원 한 장 더 받아."

5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을 찾았다. 서울 최대 재래시장이자, 1904년 영업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전통시장이라는 상징성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한 한국 배경의 콘텐츠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덕에 평일 낮에도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차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호황과 정반대로 광장시장에는 낯 부끄러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구독자 149만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이상한 XXXX’는 4일 ‘이러면 광장시장 다신 안 가게 될 것 같아요’라는 영상을 올려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상에서 본인은 시장을 애정하는 이라며, 그간 시장에서 촬영한 먹방 영상 하이라이트를 보여준 유튜버는 광장시장에서 겪은 당황스러운 일들을 공유했다.

유튜버가 방문한 한 칼국수 가게에서는 다음 손님의 칼국수에 누가 봐도 오해할 수밖에 없게 생긴 김 가루와 고명이 덕지덕지 붙은 불은 면을 면 삶을 때 섞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어 방문한 다른 가게에서는 8000원인 순대 메뉴를 시켰지만, 사장이 주문과 달리 고기가 섞인 머리고기 메뉴를 내놓았고 "왜 이게 나오냐"는 유튜버의 질문에 상인은 "아이고! 고기랑 섞이면 1만원이 되는 거야!"라고 면박을 줬다. 광장시장의 비위생적 모습과 불친절을 고발한 이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는 등 이슈의 중심에 섰다.

취재진은 문제가 불거진 다음 날인 5일 낮 직접 광장시장을 찾아 현장 상황을 살피며 이상한 경험을 연달아 했다. 순대, 머리고기, 떡볶이 등을 파는 식당에서 8000원인 순대를 주문했다. 점주에게 3차례 "순대만 주세요"라고 주문했는데, 점주와 가게 직원은 음식명 아래 사진이 있는 메뉴판을 보여주며 1만원짜리 메뉴인 '고기가 섞인 모듬순대'를 주문한 것이 아닌지 연신 물었다.

같은 질문을 연거푸 받으면서 유튜버가 말한 '이러면 광장시장 다신 안 가게 될 것 같아요'에 공감했다. 만약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면 사진을 보고 일반 순대를 시켰더라도 ‘모듬순대’를 제공받고 1만 원을 결제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근의 순대국집에서 순대 한 접시를 주문하면 10000원대 가격에 푸짐한 양의 순대가 한 접시 나온다. 이 점을 고려하면 8000원 어치라기에는 순대의 양도 맛도 부족했다.

이상한 일은 또 이어졌다. 몇몇 가게를 오가며 물건 정리 등을 하던 한 남성은 취재진에게 다가와 "이거 8000원짜리인데 1000원 한 장 더 빼드려. 내가 현금으로 7000원에 해줄게"라고 했다. 이에 옆에 있던 다른 손님이 "저 분(취재진)은 아직 계산 안 했어요"라고 하자 그는 몹시 당황했다.

해당 업소는 카드 결제기가 없다며 계좌이체 할 수 있는 계좌번호를 매장에 게시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이 이미 1만원을 현금으로 계산하고 2000원의 거스름돈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현금으로 했다면 1000원을 더 거슬러주려는 듯했다.

이 상황 자체가 의아해 "사장님이 계신데 왜 따로 계산을 하시나요?"라고 묻자, 그는 "아니...뭐"라며 얼버무리고 자리를 피했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면서도 명확한 영수증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는 부가세 탈루 등 탈법적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3년 말 '바가지 논란'으로 홍역을 겪은 뒤 '카드 결제 허용' 등 자구책을 내놓았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메뉴 바꿔치기, 가격 올려 받기 등의 논란 외에도 최근 광장시장의 한 수산물 상인이 매장 내에서 양치를 하고 생선에 양칫물을 뱉는 영상이 공개되어 청결 논란도 빚어진 바 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광장시장 상인회는 "시장 이미지 회복을 위해 정가제·정찰제 실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도 상인회 관계자들이 시장을 돌면서 "간판을 달아라", "메뉴를 제대로 보이게 해라" 등의 요청을 점주들에게 하고 있었다.

다만 이와 같은 자정 노력과 함께 상인들의 마음가짐 변화가 더 시급해보였다. 이날 시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만들어진 붕어빵이 아닌 갓 나온 붕어빵으로 바꿔 달라"고 하자 "아?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짜증을 내는 상인의 모습을 비롯해 손님들에게 화내는 이들의 사장님들의 모습을 자주 마주할 수 있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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