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오승혁 기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본인의 지위를 악용해 국가공공시설인 독립기념관을 종교 예배와 ROTC 동기회 등 사적인 행사 장소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기념관 직원은 당시 행사를 허용한 김 관장이 "내가 관장인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27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교회 신도 30여명이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에서 예배를 가졌다. 보도 영상에는 신도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는 등의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예배는 김 관장의 오랜 지인인 교회 장로가 주도했으며, 목사 안수를 받을 정도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김 관장이 직접 공간 사용을 허가했다.
김 관장은 해당 예배 일주일 뒤에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한 교회가 독립기념관을 예배 장소로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 김 관장이 지인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독립기념관에서의 예배를 승인한 모습이다.
국가보훈부 산하 공공기관인 독립기념관의 임직원들이 김 관장의 개인 손님들을 안내와 의전하는 일에 투입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관장의 손님들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은 유물 원본 수장고까지 단체 관람했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독립기념관은 국가공공시설이지만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며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독립기념관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국민 성금으로 세워진 시설로, ‘독립기념관 운영법’과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국가보훈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운영된다.
김 관장의 ‘사유화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7일, 그는 독립기념관 내 컨벤션홀을 자신의 ROTC 동기회 행사 장소로 제공했다. 대관 절차도, 대관료 납부도 없었다. 일반 시민이 컨벤션홀을 빌리려면 4시간 기준 25만원, 8시간 50만원을 내야 한다.
김 관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줄곧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친일파 인사들의 명예 회복 주장, 백선엽 장군 옹호, 광복절 부정 발언, ‘1948년 건국’ 주장 등 뉴라이트 색채가 짙은 행보 때문이다. 광복회가 임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독립기념관 자체 광복절 경축식을 전격 취소했던 그는, 올해 행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발언으로 다시금 국민적 공분을 샀다. 독립운동 정신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최근 김 관장에게 "국민 신뢰와 독립운동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 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김 관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 동안 관장직을 수행하겠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27년 8월 7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