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경정] 바람을 읽는 자, 경정을 읽는다...봄바람 '변수'

미사경정장에 등바람이 부는 가운데, 선수들이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국민체육진흥공단

[더팩트 | 박순규 기자] 3월로 접어들며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따뜻한 기온과 함께 경정 판도에 또 하나의 변수인 ‘봄바람’이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는 미사리 수면에 강한 바람이 자주 불어 선수들의 출발과 선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위협적일 만큼 강한 바람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봄철을 앞두고 바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정은 선수의 기량과 모터, 보트 성능이 중요한 스포츠지만 날씨와 같은 외부 환경 역시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바람은 가장 대표적인 변수다. 미사리 경정장은 주변이 트여 있는 구조라 바람의 영향을 체감하기 쉬운 환경이다. 1~2m/s 정도의 약한 바람은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3~4m/s 이상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스타트와 선회 과정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히 커진다.

바람은 단순히 강도만이 아니라 방향 역시 중요하다. 경정에서는 선수들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출발하는 ‘맞바람’과 뒤에서 밀어주는 ‘등바람’으로 나뉜다. 출발선 위에 설치된 공중선을 통해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맞바람은 스타트에 큰 혼란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등 쪽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등바람은 선수들에게 상당한 부담 요소가 된다. 바람에 밀리면서 스타트 기준점이 평소보다 앞당겨지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 선수나 평소 사전 출발 위반(플라잉)이 잦았던 선수들에게는 특히 부담스러운 환경이 될 수 있다.

미사경정장에서 선수들이 거센 바람을 뚫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국민체육진흥공단

강한 바람은 수면에도 영향을 준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자연스럽게 너울이 발생해 선회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또한 보트는 구조상 뱃머리가 가벼운 편인데, 선회 과정에서 강한 바람과 너울을 동시에 맞게 되면 보트가 튕기며 균형을 잃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선회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의외의 변수가 생기기도 한다. 빈틈을 파고드는 선수들이 이변을 만들어내거나, 하위권 선수라도 초반 선두권을 잡으면 뒤따르는 선수들이 거센 항적과 바람을 동시에 뚫어야 하기 때문에 역전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바람이 강한 날에는 이변이 많을 수 있다. 또한 1턴 전개에서 선수들이 복잡한 승부보다는 단순한 전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인빠지기나 찌르기 중심의 전개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면이 거칠어진 상황에서는 소개항주 관찰도 중요한 분석 포인트다. 강한 너울 속에서도 안정적인 선회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평소보다 불안한 선회를 보이는 선수들도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가 결과로 이어지는 경정 특성상 이러한 장면들은 실전 판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봄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오는 시기. 미사리 수면 위에서는 선수들의 기량뿐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내는 변수까지 함께 읽어야 진짜 경정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바람을 읽는 자가 경정을 읽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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