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고아성, 흔한 여배우를 꿈꾸다
'만만한 여배우'를 꿈꾼다는 배우 고아성(23). 다양한 곳에서 흔하게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단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무관하게 어딘지 모르게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고아성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매력의 소유자다.
지난 26일, 이른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고아성을 만났다. 이른 오전에도 기분 좋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한 그에게 "오전 인터뷰가 힘들지 않으냐" 질문하니 "상황에 따라 아침형 인간과 새벽형 인간을 오가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다"고 수줍게 말한다.
고아성이 출연한 '오피스'(감독 홍원찬, 제작 영화사꽃, 배급 리틀빅픽쳐스)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김병국 과장(배성우 분), 그리고 그가 버젖이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에서 발견된 뒤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5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주연배우 고아성도 칸을 찾아 자신의 영화를 소개한 바 있다.
"칸영화제에서 '오피스'가 상영될 때엔 너무 떨렸어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국내 언론시사회는 편하게 관람한 거 같아요. 그리고 칸에서 봤던 영화에서 1분가량 수정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더 무섭거든요(웃음)."
고아성은 극 중 비정규직 인턴 이미례 역을 맡아 연기했다. 항상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삶을 사는 캐릭터로 고아성은 음산하고 불안한 미례를 연기하고자 주변 사람들을 통해 직장인에 관해 간접 경험 했다. '회사원이란 무엇인가' '인턴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다. 사실 명문대 출신에 아역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그와 인턴 여사원은 거리가 멀다.
"제 또래 친구들은 지금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캐릭터 분석을 위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다양한 이야기도 들었어요.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세계였지만, 신기하고 신선했죠.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제가 짧은 경험으로 온전히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당시 도움을 줬던 친구들에게 시사회에 와달라고 초청했었는데 야근하느라 못 왔던 친구들이 많았어요."
고아성은 '오피스'에서 연기한 인턴 여사원처럼 사회적 계급으로 따지면 '약자'의 위치에 있는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다. 전작인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그랬고 영화 '괴물' '설국열차' 또한 그랬다.
"'오피스'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욕심이 났던 이유 중 하나가 그간 캐릭터들과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전작들에서도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역할을 연기했는데 약자임은 분명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정신력 하나는 강한 인물들이었거든요. 하지만 미례는 정신적으로도 무기력과 절망이 가득해 보였거든요."
고아성은 자신이 연기한 이미례를 두고 '안타깝지만, 자기발전이 불가능한 친구'라 평가했다. 동시에 미례를 연기하며 '슬펐다'고 말했는데 이는 자기연민이라고 덤덤하게 고백했다.
"미례는 무기력하고 현실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한 친구예요. 정말 성실하게 일하지만, 현명한 선택이 뭔지 모르고 사회적인 능력이 부족한 친구죠. 저랑 닮아있는 부분이 있어요. 열심히 하지만, 현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거든요.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미덕을 찾는게 아니라 열심히 안 하는데 잘 하는 사람을 '쿨'하다고 인정하는 게 당연하게 유행처럼 번지는 듯 해요. 열심히 하면서 잘 하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거 같은데(웃음)."
이번 작품에서 만난 인턴 이미례를 통해 또 하나를 배워간다는 고아성. 대학생활도, 연기도 성실히, 동시에 잘해온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더욱 만만한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여러 방면에서 쓰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다양한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 아직 회사원 계급으로 따지면 인턴이니까 더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거든요."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