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강한나, 순수한 여인의 19금 스토리

영화 순수의 시대 여주인공 강한나. 배우 강한나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상업 영화 순수의 시대를 처음 본 날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무덤덤했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순수(純粹): 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나 사사로운 욕심·못된 생각이 없음.

불순물과 사사로운 욕심이 없어 맑디맑은 투명함. 그래서 주변의 다른 것과 함께라면 마치 주변의 색이 본래인 색인 것처럼 느껴진다.

배우 강한나(26)가 '순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스크린과 기자간담회, 시사회, 인터뷰 테이블 등 만나는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매번 다른 얼굴로 변신하는 강한나를 봄이 오는 어느 늦은 오후 금천구 가산동 사옥에서 만났다.

푸른색 계열의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릿결을 찰랑거리며 등장한 강한나는 수줍은 듯 웃었고 이내 인터뷰가 시작됐다. 앞서 사진 촬영이 먼저 진행됐다. 자유자재로 포즈를 취하던 그는 클로즈업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웃는 표정 이외에도 슬픔과 노여움을 표현해 달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아직은 표정이 강조된 사진 촬영이 어색하고 어렵다"고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이내 감정에 몰입해 눈물을 글썽였다.

배우 강한나 19금 연기 도전. 강한나가 순수의 시대에서 세 명의 남자 배우와 정사신을 촬영하는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배정한 기자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제작 화인웍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기녀 가희가 눈앞에 있는 듯했다.

"가희라는 인물은 영화 속 장면마다 보여지는 것, 감정선, 관계에 얽힌 이야기가 다른 캐릭터예요. 가희를 둘러싼 인물 관계도를 머리와 가슴으로 이해한 뒤에야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고 많은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다른 면을 보여주면서도 늘 중심은 흔들리지 않아야 했죠. 그래서 '가희'와 '순수의 시대'를 선택했어요. 무엇보다 캐릭터가 가진 슬픔에 대한 공감에 끌렸어요."

강한나는 조선 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역사에 기록된 1398년 야망의 시대 한가운데서 순수와 복수, 매혹과 팜파탈을 오가는 무희 '가희'를 연기했다.

그는 시작부터 '섹시'라는 굴레에 얽혔다. 지난 2013년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뒤태가 과감하게 드러난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았다. 이름과 얼굴보다 먼저 '섹시미'를 먼저 알렸고 '순수의 시대'에서 일찌감치 정점을 찍었다.

"걱정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죠. 노출이 전부인 영화는 아닌데 오해할까 걱정했어요. 관심 표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야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기에 자신감을 가졌고 그렇게 걱정을 떨쳐버렸어요."

신하균은 멋진 배우 강한나는 신하균에게 연기는 물론 스태프들과 지내는 방식 등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그는 영화 속에서 왕좌를 지키는 장군 '김민재' 신하균, 왕이 될 수 없던 비운의 왕자 '이방원' 장혁, 쾌락을 좇는 타락한 왕의 사위 '진' 강하늘 세 사람과 모두 파격적인 정사신을 촬영했다.

강한나는 "노출 위한 노출이라면 감히 시도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노출보다 감정선이 더 세다. 이유 있는 베드신이기에 특별하다. 그래서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온전히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배우, 특히 신인 배우들의 파격 노출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이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두 캐릭터에 대한 믿음과 매력 등이 복합적으로 다가와 작품에 참여했을 것. 노출이나 단순히 이름을 알리는 것은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메모광 강한나 강한나는 배우라면 끊임 없이 공부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신념을 밝혔다. /배정한 기자

또한 한국 영화계에서 노출이 단순히 이슈 몰이 수단으로 치부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영화계와 배우가 함께 나서 개선해야 할 과제라며 노출보다 감정과 메시지가 먼저 느껴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런 마음 때문일까. 강한나는 영화 출연에 앞서 시나리오를 부모에게 보여줬다.

"좋은 작품, 좋은 역할,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에 아낌없이 응원·지원해줬어요. 영화를 본 후에도 '잘 봤다' '애썼다'라고 하더라고요. 큰 힘이 됐죠."

노출 이외에도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로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168cm의 늘씬한 몸매에 여성미를 발산하는 아름다운 볼륨감, 쏙 들어간 보조개는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을 매료하기 충분하다. 그는 2년 전부터 쉬지 않고 꾸준히 필라테스로 몸매를 관리하고 있다.

가희는 매력적인 캐릭터 강한나는 자신이 맡은 가희라는 캐릭터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이라는 것에 큰 호기심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배정한 기자

26년을 살아오며 연애 경험은 단 두 번뿐이라는 그는 봄이 코앞에 와있는 현재 홀로다. 남자 친구는 없다. 진심으로 자신만을 사랑해줄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은 연기가 먼저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하며 20편이 넘는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경험을 쌓았던 것처럼 한동안 연기에 더 빠져 살 계획이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해내야 하는 것이 배우잖아요. 정말 배우다운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평소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 스타일이지만 연기에는 망설임 없이 제 모든 걸 걸었어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지켜봐 주시면 바라보는 즐거움을 주는 배우로 성장하겠습니다.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순수의 시대'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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