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한 시즌을 숨가쁘게 달려온 PGA투어가 마침내 시즌 최고를 가리는 막바지 ‘3주간의 전쟁’에 돌입한다. 지난주 윈덤 챔피언십까지의 성적을 토대로 살아남은 상위 70명은 13일 밤(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에서 개막하는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들어간다.
하지만 70명 모두가 마지막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차전이 끝나면 50명, 2차전인 BMW 챔피언십이 끝나면 다시 30명으로 줄어든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30명만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해 2026시즌의 최종 승자를 가린다.
#달라진 PO...'대박 우승'보다는 '한시즌 꾸준함'에 가치 부여
올해 플레이오프는 이전과 조금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포인트다. 지난해까지 플레이오프 1, 2차전 우승자에게 무려 2000점의 페덱스컵 포인트가 주어졌지만 올해는 750점으로 크게 줄었다. 메이저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플레이오프 한 대회에서의 폭발적인 성적으로 정규시즌의 격차를 한꺼번에 뒤집는 효과를 줄이고, 한 시즌 동안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최종전 방식도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투어 챔피언십의 ‘스타팅 스트로크’가 폐지됐다. 2024년까지는 페덱스컵 1위가 10언더파, 2위가 8언더파 등 순위에 따라 미리 타수를 부여받고 출발했지만 이제는 30명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72홀 승부를 벌인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의 꾸준함은 최종전 진출 자격을 결정하고, 일단 투어 챔피언십에 올라가면 30명이 아무런 핸디캡 없이 우승을 놓고 맞붙는 구조다.
올해는 특히 플레이오프의 중요성이 크다. 첫 번째 관문인 ‘톱50’부터 그렇다.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이 끝난 뒤 페덱스컵 상위 50명에 들어야 BMW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플레이오프에서 한 주 더 살아남는 것 이상의 보상이 걸려 있다. 톱50에 진입한 선수들은 2027시즌 PGA 투어 시그니처 이벤트 출전 자격을 확보한다. 정상급 선수들이 모이는 시그니처 이벤트는 높은 상금과 페덱스컵 포인트가 걸려 있어 다음 시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핵심 무대다.
#2027시즌 특급대회 출전권과 2028년 '대개편'을 앞둔 생존 게임
더구나 2027년은 더욱 특별하다. PGA 투어는 2028년부터 투어를 ‘챔피언십 시리즈’와 ‘챌린저 시리즈’로 나누고 두 무대 사이에 승격과 강등 개념을 도입하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들어간다. 따라서 새 체제 출범 직전인 2027시즌에 시그니처 이벤트 출전권을 확보해 최상위 무대에서 꾸준히 경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올해의 톱50 경쟁은 BMW 챔피언십 한 대회에 더 출전하느냐를 넘어 향후 PGA 투어의 최상위 경쟁 무대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의미까지 갖는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올해의 선수’ 경쟁이다. 최근 몇 년간 PGA 투어 최고의 선수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했다. 스코티 셰플러가 4년 연속 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정규시즌이 끝났는데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선수가 없다. 셰플러는 여전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올해 준우승 4회를 포함해 톱5를 10차례나 기록하며 페덱스컵 포인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우승은 한 차례뿐이다. 반면 크리스 고터럽과 맷 피츠패트릭은 나란히 3승씩을 거뒀고, 윈덤 클라크는 US오픈과 CJ컵, 캐머런 영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포함해 각각 2승을 올리며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누구는 우승 횟수에서, 누구는 메이저와 특급대회에서, 또 누구는 시즌 전체의 꾸준함에서 앞선다. 어느 한 선수에게 확실하게 무게를 싣기 어려운 시즌이다.
#독주 없는 올해의 선수...막판 3주가 표심을 결정한다
때문에 이번 플레이오프 3개 대회의 결과가 올해의 선수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후보군에 있는 선수가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거나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다면 시즌 막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4년 연속 올해의 선수에 올랐던 셰플러가 플레이오프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추가하며 5연패에 성공할지, 아니면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할지도 이번 플레이오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이번 플레이오프의 의미는 남다르다. 가장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선수는 김시우다. 김시우는 정규시즌 페덱스컵 7위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올 시즌 우승은 없지만 무려 10차례 톱10에 들며 셰플러에 이어 투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톱10을 기록할 만큼 꾸준했다. 김주형의 막판 상승세도 눈에 띈다. 시즌 중반까지 페덱스컵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 들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우승과 지난주 윈덤 챔피언십 5위 등을 발판으로 페덱스컵 순위를 26위까지 끌어올렸다. 2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로 돌아온 김주형에게는 이제 최종전 진출까지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김시우, 김주형의 여유...절박한 임성재의 '2단계 추격전'
그러나 가장 절박한 선수는 임성재다. 임성재는 페덱스컵 53위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1차전이 끝난 뒤에도 50위 밖에 머물면 그대로 시즌이 끝난다. 현재 50위 매버릭 맥닐리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PGA 투어가 제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임성재는 최소 공동 24위 수준의 성적을 거둬야 현재 맥닐리의 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는 수학적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공동 24위가 BMW 챔피언십 진출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변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실제 커트라인은 계속 움직인다. 결국 다른 선수들의 결과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톱50을 노리려면 톱10에 가까운 성적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임성재의 목표가 단순히 50위 진입에 그치지 않는다면 1차전부터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확보해야 한다. BMW 챔피언십을 통과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하려면 다시 30위 안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53위에서 출발하는 임성재에게는 결국 ‘2단계 추격전’이다. 먼저 세인트주드에서 톱50 벽을 넘어야 하고, 살아남는다면 BMW 챔피언십에서 다시 톱30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임성재에게 투어 챔피언십은 익숙한 무대다. 2019년 PGA 투어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7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시즌 최종 30명 안에 살아남았다는 것은 임성재 특유의 꾸준함을 상징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부상의 여파로 3월이 돼서야 시즌을 시작한 데다 톱10도 세 차례에 그쳤다. 예년처럼 여유 있게 최종전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1차전부터 사실상 매 대회가 생존전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번 플레이오프는 임성재가 시즌 전체의 평가를 바꿀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53위에서 톱50을 넘어 다시 톱30까지 올라선다면 부상과 늦은 시즌 출발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해를 전혀 다른 결말로 바꿀 수 있다. 그의 선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한 번의 ‘대박’보다 시즌 전체의 꾸준함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2028년 PGA 투어의 대대적인 구조 개편까지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3주는 단순한 포스트시즌이 아니다. 누가 2026년 PGA 투어의 마지막 주인공이 될 것인지, 누가 다음 시즌 최상위 무대의 자리를 선점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70명에서 50명, 다시 30명으로 이어지는 생존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지가 한꺼번에 결정된다.
이제 진짜 마지막 승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