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경남 양산=박호윤 전문기자] 고희(古稀)를 목전에 둔 최고의 역사, 최고 상금 16억 원이 걸린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약관(弱冠)의 문동현(우리금융그룹)이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20세 2개월 2일)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주인이 됐다.
이번 ‘제69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7일 경남 양산 에이원CC)는 개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양지호의 55년 만의 한국오픈-KPGA 선수권 동시 석권 도전, 박상현의 생애 통산 상금 60억 원 돌파 여부, 배상문의 국내 최초 5대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옥태훈의 38년 만의 타이틀 방어 여부 등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스토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 베테랑과 강자들은 모두 이틀 만에 줄줄이 컷 탈락하며 짐을 쌌다. 대신 최종 라운드 막판까지 무려 4명의 중견과 신예가 뒤섞여 공동 선두를 달리는, 전례 없이 치열한 대혼전이 펼쳐졌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었던 그 안갯속 승부는 16번 홀에서 문동현이 날린 회심의 28m 칩인 버디 한 방으로 완벽하게 정리됐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문동현은 전반에 보기만 1개를 기록하며 주춤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15번 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맞바꾸며 공동 선두로 올라선 뒤, 운명의 16번 홀에서 극적인 칩인 버디를 성공시켜 치열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최종 4라운드 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문동현은 2위 김찬우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 3억 2000만 원을 챙긴 문동현은 시즌 누적 상금 4억 4266만 4831원으로 상금 순위 2위, 제네시스 포인트는 단숨에 1위(2,363.67점)로 뛰어올랐다. 아울러 KPGA 선수권 69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역대 49번째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올해 우리금융 챔피언십의 최찬, GS칼텍스 매경오픈의 송민혁, KPGA 파운더스컵의 오승택에 이어 올 시즌 네 번째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주인공이 됐다.
2023년 국가대표 출신의 문동현은 이미 고교 시절부터 대형 스타의 재목으로 꼽혔다. 2024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리금융 챔피언십에 출전해 ‘빅리거’ 임성재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지난해 KPGA 투어에 정식 데뷔한 그는 루키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71위에 그치며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이며 우리금융 챔피언십 공동 4위, KPGA 경북오픈 준우승 등으로 차근차근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투어 데뷔 19번째 대회 만에 최고 권위의 메이저 무대 정상에 우뚝 섰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무명 선수들의 반란과 인간 승리 드라마도 함께 쓰였다. 월요 예선(먼데이 퀄리파잉)을 거쳐 어렵게 출전권을 따낸 이재진은 최종 합계 7언더파 277타를 기록하며 공동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시드 순위 147번으로, 예선 통과자와 추천 선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기 순번 끝자락에서 간신히 출전 기회를 잡았던 김준형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에 나서는 등 인상적인 돌풍을 일으킨 끝에 최종 공동 5위(6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쳐 갤러리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