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경륜 최정상급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임채빈(25기, SS, 수성)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사이, 정종진이 반격에 나서며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한동안 경륜은 임채빈의 시대였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대회 입상 경력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스피드는 등장과 동시에 판도를 뒤집었다. 특히 2023년에는 시즌 전승과 89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절대강자’라는 수식어를 확고히 했다.
그 이전까지는 정종진(20기, SS, 김포)의 독무대였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랑프리 4연패를 달성했고, 승률과 연대율, 상금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정점을 찍었다. 50연승이라는 기록 역시 당시 경륜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성과였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한동안 임채빈 쪽으로 기울었다. 통산 전적에서도 21승 7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르다. 최근 5경기에서는 정종진이 3승 2패로 앞서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경기 내용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임채빈은 여전히 강력한 선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거리 승부에서 막판 추입을 허용하는 장면이 늘어나며 안정감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반면 정종진은 맞대결을 거듭하며 대응 능력을 끌어올렸고, 추입 뿐만 아니라 자력 승부까지 가능한 전술적 다양성을 확보했다.
이제 두 선수의 경쟁은 단순한 힘 싸움이 아니다. 경기 흐름과 상황 대응이 승부를 가르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임채빈이 주도권을 쥐는 전개에서는 여전히 강하겠지만, 견제와 혼전 상황에서는 정종진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인다.
또 팀 전술의 중요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성팀은 선행 중심의 전력을 갖추었지만, 김포팀은 마크·추입형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조합을 통한 조직력이 강점이다. 특히 큰 경기에 강한 김포팀의 운영 능력은 정종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경륜 팬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두 선수는 무려 27경기 동안 앞뒤로 붙어 타는 전개를 이어가며 정면 승부를 사실상 피했고, 2024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8경기 연속 1·2위 동반 입상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세계 사이클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지만, 같은 그림의 반복은 팬들의 기대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예측할 수 있는 흐름에 균열을 낸 것은 결국 정면 승부와 팀 대결 구도였다. 최근 두 선수의 충돌과 팀 전술 경쟁은 정체된 판도를 뒤흔들며, 경륜의 긴장감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임채빈의 기량은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최근 완성도 측면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반대로 정종진은 경험과 전술적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절대강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양강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이며 앞으로는 개인 기량뿐 아니라 팀 구성과 경기 흐름이 승부를 좌우하는 복합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