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1월 2일, 광명스피돔에서 첫 경주를 알리는 총성과 함께 본격적인 2026시즌의 막이 올랐다. 지난 시즌 경륜의 중심축은 임채빈(25기, SS, 수성)과 정종진(20기, SS, 김포)이었다. 두 선수로 압축된 양강 구도는 2026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흐르는 물이 언젠가는 방향을 바꿔 흐르듯 견고해 보이던 구도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경상권 선수들을 중심으로 감지되고 있다. 그 선두에는 성낙송(21기, S1, 창원 상남), 뒤를 이어 박건이(28기, S1, 창원 상남), 장우준(24기, S2, 부산)이 있다.
■ 성낙송의 화려했던 과거
성낙송이라는 이름 앞에는 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신인 시절부터 타고난 신체 능력, 자전거 조종술, 경주를 읽는 판단력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완성형 선수였고, 막판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명현, 박병하, 이현구, 박용범 등 역대 경남권 그랑프리 우승자 계보를 이어갈 ‘경륜 황태자’로 평가됐다.
하지만 영광은 곁에 머무르지 않았다. 코로나 19시기 전후로 정종진과 임채빈에게 무대의 중심이 옮겨간 것. 수적인 열세, 집요한 견제로 우승의 문은 더 이상 쉽게 열리지 않았다. 승률은 점점 떨어져만 갔다. 22년 24%, 23년 25%, 24년 33%에 불과했다. 그러나 성낙송은 무너지지 않았고, 긴 침묵 속에서 다시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 성낙송의 되살아난 전매특허, 그리고 넓어진 선택지
하지만 성낙송은 지난해 전환점을 맞았다. 승률을 42%까지 회복했고, 무엇보다 무뎌졌던 그의 무기가 되살아났다. 순발력을 앞세운 젖히기, 그리고 날카로운 추입 승부, 성낙송이라는 이름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그 비장의 무기들을 다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성낙송은 지난해 말 최강자들이 출전한 그랑프리에 출전, 예선전에서 아쉬운 3위로 준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특선급 2~3일차 경주에서 연속으로 1착에 성공했다.
해를 넘어가 올해 3일 14경주는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타종 이후 정종진의 후미를 정확히 파고든 성낙송은 망설임 없이 추입으로 결승선을 갈랐다. 성낙송의 이번 1위는 단순한 1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임채빈과 정종진으로 굳어졌던 양강 구도를 언제든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불편한 경고장이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변화는 다음 날로 이어졌다. 1월 4일 특선급 15경주. 성낙송은 한 바퀴 선행이라는 과감한 선택으로 또 한 번 정상에 섰다. 성낙송은 추입이라는 틀을 넘어 이제는 자력 승부 능력까지 장착, 작전의 폭은 더 넓어졌고, 존재감은 더욱 묵직해졌다.
■ 박건이, 장우준, 새로운 이름이 무대를 두드리기 시작
지난해 말 그랑프리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도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박건이와 장우준이다.
박건이는 우수급 상위권 선수였지만, 상대는 성적 3위 슈퍼특선 류재열(19기, SS, 수성)이기에 누구도 박건이가 선전하리라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창원 상남팀의 기대주 박건이는 달랐다. 저돌적인 몸싸움으로 타종 전후 류재열의 후미를 파고들었고, 그 흐름을 막판 추입으로 이어가며 믿기 힘든 역전을 완성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름은 단 하루 만에 모두의 기억 속에 각인된 것이다.
장우준 역시 그랑프리에서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마크력을 자랑하는 이태호(20기, S2, 신사)와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그 기세를 마지막 날까지 이어갔다.
28일 일요일 특선급 2경주, 강력한 우승 후보 정해민(22기, S1, 수성)을 상대로 타종 전후 치열한 몸싸움으로 후미를 확보한 뒤,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추입 역전에 성공하며 또다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예상지 최강경륜 설경석 편집장은 "김포-수성, 정종진-임채빈의 양강 체제를 흔드는 성낙송의 귀환, 박건이와 장우준의 급부상으로 2026년 경륜은 뜨겁게 시즌 초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