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일으킨 '개혁 바람'이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을 바꿨다. 논란의 김택규 현 회장이 2위로 낙선하고 '배드민턴 레전드' 김동문(49) 원광대 교수가 새 회장에 당선됐다.
김동문 교수는 23일 대전 동구 호텔선샤인에서 열린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54표 중 가장 많은 64표를 받아 43표를 기록한 김택규 현 회장을 21표 차로 제치고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동문 신임 회장은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아테네 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을 획득하며 배드민턴 복식 의 전설로 이름을 날렸다. 김 교수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협회 후원사 문제 해결과 국가대표 선수의 권익 신장에 힘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 당선인은 "국고보조금 해결에 나서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갈 생각이다. 기존에 저희를 후원했던 곳보다 훨씬 더 큰 금액,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협회 후원 물품 횡령·배임 혐의로 당초 후보 자격이 발탁됐다 법원 판결로 재선 도전 기회를 되찾았던 김택규 현 회장은 선거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결과에 불복해 선거 무효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택규 회장의 재선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직후 안세영의 발언으로 불거진 협회 운영의 문제점 등이 발목을 잡았으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 전 IOC 위원이 이기흥 회장을 누르고 당선되는 '변화의 바람'이 배드민턴계에도 불어닥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는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을 포함해 최승탁 전 대구배드민턴협회장(태성산업 대표), 전경훈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열정코리아 대표이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김동문 원광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등 4명이 후보로 나섰다.
김택규 회장은 지난 8일 배드민턴협회 선거운영위원회로부터 후보 결격자 통보를 받았지만 얼마 뒤 법원에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후보 4번으로 출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세영이 일으킨 '개혁 바람'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직후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할 수 없다. 대표팀을 떠나 개인 자격으로 배드민턴을 하고 싶다"며 배드민턴협회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충격 발언을 함으로써 개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안세영이 터뜨린 배드민턴협회의 고질적 문제는 결국 국회 국정감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로 이어져 시정의 대상이 됐으며 변화의 새로운 계기로 작용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