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정의선 회장, 경기장 안팎서 빛난 전훈영 직접 찾아가 격려


"큰 경기 경험 부족하다" 평가 딛고 여자 양궁 단체전 및 개인전 금메달 획득 기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 시간)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 후 남수현(왼쪽), 전훈영(가운데), 임시현(오른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경기에 걸린 금메달을 한국 선수들이 싹쓸이한 가운데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전훈영'을 찾아가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대한양궁협회 등에 따르면 서른이 넘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전훈영(30)은 맏언니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으며 동생인 임시현(21)·남수현(18) 선수를 쌀뜰히 챙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에 도착해 선수단 숙소를 정할 때였다. 숙소가 2인 1실로 돼 있어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만 했다.

한국식 '방장, 방졸' 문화와 비춰보면 맏언니가 막내와 같은 방을 써야 하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전훈영이 먼저 손을 들고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했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첫 올림픽인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2017년 진천 선수촌이 문을 연 이후에는 태릉 선수촌 시절과 달리 타 종목 선수와의 교류가 뜸하다. 이에 코칭스태프 가운데 한 명이 "태릉 시절도 아니고 타 종목 선수와 열흘 넘게 있는 게 괜찮겠냐"고 묻자, 전훈영은 "동생들이 편하게 지내면 나도 좋다"고 쿨하게 답했다고 한다.

경기장 안에서도 전훈영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활을 빠르게 쏘기 때문에 단체전 1번 주자로 나섰다. 양궁 단체전에선 세트당 120초가 주어지는데, 선수 3명이 120초 안에 각 2발씩 총 6발을 쏴야 한다. 첫 주자가 활을 빨리 쏘면 두 번째, 세 번째 선수는 그만큼 시간 여유를 갖는다.

지난달 28일 중국과의 여자 단체 결승전에선 5차례나 10점을 쐈다. 특히 연장 승부 결정전(슛오프)에서도 10점을 쏘면서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2014년 이후 10년간 국제 무대와 인연이 없던 전훈영이 성인 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정의선 회장이 3일(현지 시간) 파리 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남수현(왼쪽), 전훈영(가운데), 임시현(오른쪽) 선수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개인전에서도 전훈영은 4강에서 금메달리스트 임시현과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접전(4-6)을 벌였다.

코칭스태프에 따르면 전훈영의 성격은 예민하지 않고, 유쾌하고 털털한 편이라고 한다. 단체전 때에는 가끔씩 엉뚱한 농담을 던지면서 동생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개인전이 열린 3일 낮에도 전훈영은 임시현에게 장난을 걸며 앵발리드 경기장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전훈영의 활약 덕분에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뿐 아니라 혼성전, 개인전까지 여자 선수들이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3명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라서 큰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딛고 이뤄낸 성과다.

3일 개인전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훈영을 찾아가 격려했다. 비록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끈 전훈영에게 정 회장은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전훈영은 이날 취재진과의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부담이 컸는데 목표를 이뤄냈다. 팀으로 보면 너무 좋은 결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며 "후련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