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빨간 상의, 검정 하의, 우리가 알던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88야드(263m), 페어웨이 안착률은 57%(8/14), 그린 적중률은 50%(9/18), 홀 평균 퍼트 수는 1.5개를 기록했다. 전성기 때의 기량은 아니었지만 교통사고 부상을 딛고 14개월 만에 복귀한 것을 고려하면 팬들의 우려를 날려보낼 만한 경기력으로 기대와 화제를 모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돌아왔다. 우즈는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1년 2개월 전의 교통사고 부상을 딛고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기록하며 성공적 복귀를 알렸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중상을 당한 우즈는 509일 만에 공식 경기에 출전, 지구촌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 '성공'으로 평가받았지만 우즈는 한발 더 나아가 우승 경쟁에 합류할 정도의 기량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57%, 그린 적중률이 50%에 불과했으나, 위기관리 능력을 뽐내며 언더파로 라운드를 마쳤다.
이날 경기는 악천후로 지연되면서 우즈는 8일 오전 0시 4분에 호아퀸 니먼(칠레), 루이스 우스트이즌(남아공)과 함께 티 박스에 올랐다. 우즈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티박스에 몰렸으며 티잉 그라운드 양옆으로도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우즈의 복귀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경기장을 찾은 패트론들은 타이거 우즈의 샷 하나 하나에 환호를 보내며 우즈를 응원했다.
환호 속에서 날린 우즈의 복귀 후 첫 티샷은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지만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우즈의 샷보다 우즈의 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팬들은 환호했다. 우즈는 노련한 경기력으로 첫 번째 홀을 파로 마무리하고 연속 4개 홀에서 파 세이브를 지키며 긴 공백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우즈는 이후 버디와 보기를 하나씩 주고받으며 이븐으로 전반을 마친 뒤 가장 험난한 11번홀(파4)에서도 타수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코스가 어려워 탄식이 절로난다는 '아멘 코너'의 마지막 홀인 13번 홀(파4)에서탭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1언더파를 기록했다. 우즈는 바로 이어진 15번 홀(파5)에서 2번째 보기를 범했지만 지난 2019년 마스터스 우승에 결정적인 버디를 잡았던 16번홀(파3)에서 1년 4개월만에 다시 버디를 낚으며 1언더파를 기록했다.
이후 17번 홀(파4)에서 파를 기록한 우즈는 마지막 홀인 18번 홀(파4)에서도 세 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2m 파 퍼트를 집어 넣으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가졌다. 509일만에 경기에 나선 우즈는 경기 도중 걷는 것이 힘에 부치는지 연신 땀을 닦았지만 언더파를 기록하며 복귀 선언 기자회견서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내뱉은 말이 결코 헛된 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라운드 종료 후 우즈는 "실망하면서 시작했다. 8번 홀에서 실수가 나왔다. 집중력이 부족했다. 3번의 좋지 않은 샷이 나왔다"며 "아직 사흘이 남았다. 갈 길이 멀다. 점점 아드레날린이 나올 것이다. 아직 걷기는 쉽지 않다. 다리는 평생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난 할 수 있다.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게 돼 행운이다. 2019년 이후 첫 패트론이다. 에너지를 받고 있다. 정말 멋지다. 이 골프장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어 통산 82승(메이저 15승)을 쌓은 우즈는 재기 무대로 정한 마스터스에서 또 어떤 기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마스터스는 우즈가 우승한 4대 메이저 대회(디 오픈 챔피언십, US 오픈, PGA 챔피언십 등) 가운데 가장 많이 우승한 대회다. 1997년을 시작으로 2001년, 2002년, 2005년, 2019년까지 다섯 번의 그린 재킷(마스터스 부상)을 입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즈가 우승한다면 투어 통산 83승으로 샘 스니드(미국·82승)를 제치고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메이저 우승은 16승으로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18승)에 2승차로 다가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