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아쉽지만 정상 문턱에서 도전을 멈췄다. 하지만 세계 정상 가능성도 보였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천재 유망주'로 꼽히는 안세영(20·삼성생명)이 세계적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영오픈 준우승을 차지했다.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의 후계자답게 26년 만에 한국선수로는 네 번째 우승 영예를 노렸으나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 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 랭킹 4위 안세영은 2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22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2위인 일본의 야마구치 나카네(24)를 상대로 공격적 플레이를 펼치다 상대의 안정적 수비에 막혀 게임 스코어 0-2(15-21,15-21 )로 패해 준우승으로 위안을 삼았다. 안세영은 공격적으로 치른 첫 게임을 15-21로 내준 뒤 두 번째 게임에서 14-16으로 따라붙었으나 실수를 줄이지 못하고 역전에 성공하지 못 했다.
안세영은 이날 1996년 방수현 이후 26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야마구치의 끈질긴 수비에 막혀 꿈을 이루지 못 했다. 한국은 지난 1981년 황선애, 1986년 김연자, 1996년 방수현이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또 안세영은 2017년 여자복식 장예나-이소희가 우승한 뒤 5년 만에 전영오픈 종목 우승에 도전했다.
안세영은 준결승전의 고비를 넘기면서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타이쯔잉(타이완)을 준결승전에서 만나 세트스코어 2-0(21-19 21-13)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올랐다. 타이쯔잉은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전영오픈 디펜딩 챔피언으로 우승 길목의 최대 난적으로 꼽혔다. 안세영은 접전 끝에 21-19로 첫 세트를 가져온 뒤 2세트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21-13의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안세영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중학교 3학년 때인 2018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선수 중 최연소인 만 15세의 나이로 현역 실업팀 선수들이자 세계랭킹 상위권인 국가대표 선배들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며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단식을 1위로 통과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중학교 3학년인 단식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승률 100%를 거둔 것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안세영은 2019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선정 신인상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부상으로 8강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안세영은 도쿄올림픽 당시 조별리그에서 가뿐하게 2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라 세계랭킹 13위 부사난 음방룽판까지 2-0으로 제치고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천위페이와 8강전에서 2세트 후반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과 함께 아쉽게 0-2로 패하며 금메달 도전을 마감해야 했다.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겸비한 안세영은 해를 더하면서 강점인 수비력은 물론 공격에서도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스무살의 나이로 전영오픈 준우승을 차지해 향후 금빛 활약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