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초 선행 일변도의 전법에서 자유 타입, 멀티플레이어로 변신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최근 벨로드롬의 실세로 꼽히는 25기 신인들의 움직임에 일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잡을 테면 잡아 봐라’란 선행 일변도의 정직한 전법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으로 상대나 상황에 따라 추입과 젖히기는 물론 거친 몸싸움도 마다않는 마크작전까지 구사하며 전술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직구만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커브나 슬라이더 같은 다양한 구종의 변화구를 던지게 되니 이를 상대하는 선수도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꽤 혼란스러운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경륜은 대다수의 추리가 빗나가게 되면 배당과 직결되는 만큼 관심과 동시에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관심과 흥미를 높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 김호준 추입으로 우수 승급 후 첫승 기록
2주 전 창원 우수급 경주에 출전한 25기 김호준(A2 상남 26세)은 지난 2월 전까지만 해도 선행이나 젖히기 같은 자력 승부 구사율이 무려 80%에서 달했다. 하지만 4일(금) 내선 마크로 2위를 차지한 후 다음날(5일, 토)은 추입을 더해 우수급으로 승급 후 첫승을 기록했다.
3주 전 우수급 김용규(A1 김포 28세)는 이전까지 13번의 경주에 출전해 선행 12번 젖히기 한 번으로 마크와 추입 전법은 전무했던 선수다. 하지만 해당 회차 금·토 경주에서 연거푸 마크 추입을 시도해 1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금요일 광명에선 유다훈(A1 전주 27세) 부산에선 강성욱(A2 전주 25세)이 이런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추입으로 기존 강자들을 제치며 연거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개의 구심점 역할은 주로 축으로 대접받는 선수 또는 강한 선행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변화를 보인다면 함께 뛰는 선수들은 물론 고객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또 예상치 못한 결과와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신인들이 이렇게 작전의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 적응기 완료
관례처럼 경륜훈련원을 졸업하면 선배 선수들을 상대로 선행을 구사하는데 속된 말로 데뷔 후 2년 차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몰랐던 기존 선수들의 작전도 어느 정도 파악된 만큼 더 이상 앞만 보고 달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 등급 상승 후 생존 전략!
데뷔 후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승급을 보장받게 된다. 예를 들어 선발급 선수는 우수급으로 우수급 선수는 특선급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상대들이 점점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정직한 승부만 구사해서는 결과를 내기가 이전처럼 쉽지 않다. 프로 경륜선수로 살아남고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직구 아닌 변화구를 장착하게 되는 것이다.
◆ 코로나19 여파, 경제적 이유 무시 못 해!
매우 현실적인 문제인데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공백이 생겼다. 특히 25기들은 실전 경주는 몇 번 뛰어보지 못하고 휴장을 맞이하게 됐다. 기존 선수 못지않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더 많은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선 순위를 앞당겨야 하고 나아가 상위 등급에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작전의 변화가 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란 점이다. 기존 선수들도 한두 번 당하게 되면 이에 대한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2주 전 김민수(A2 금정 26세) 이재림(A1 계양 26세)처럼 전날 좁혀가는 작전을 구사하다 실패하자 일요 경주에서는 선행으로 원상 복귀한 케이스가 있고 임채빈(S1 수성 30세)처럼 장기적 발전을 위해 여전히 선행만을 고수하는 선수들도 아직 몇몇 존재한다.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신인급 선수들의 전법 변화는 지금 시점이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라 전제하며 상대 선수들도 경륜 팬들도 신인 선수들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꼭 해야 한다. 더불어 고착화된 추리에서 벗어나 여러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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