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숨어 있던 이야기 '모아 모아'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세계인의 축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강원도 평창에서 2월 9일 막을 열었다. 25일까지 17일간 진행되는 평창올림픽에 총 93개국, 2925명의 선수들이 모였다. 22일 현재 중반부를 넘어 대회 막바지에 돌입한 평창올림픽에는 경기 외의 재미있는 소식들이 많아 더욱 눈길을 끈다. 베일에 싸였던 선수촌 사람들의 이야기. <더팩트>가 평창올림픽 비하인드를 조명해 본다.
◆ '괴짜' 에스테르 레데츠카 "생얼 노출은 싫어요"
체코 스노보드 국가대표 에스테르 레데츠카(23)는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그는 17일 주 종목이 아닌 알파인스키에 도전했다. 레데츠카는 이날 1분21초1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고 멍하니 전광판만 주시했다. 세계 랭킹 1위 스노보더가 스키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게 되자 스스로도 당황한 것이다. 그는 "1위인 것을 봤을 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데츠카의 '괴짜' 같은 모습은 이후 정선 알파인센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더했다. 우승 소감을 밝히고 기자회견장을 떠날 때까지 고글을 벗지 않은 것이다. 그는 "고글을 두뇌처럼 나와 한 몸이다"고 능청을 떨었다. 이어 "사실 금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 못 해서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솔직한 면모를 보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노보드 선수로 스키 경기에 나서 금메달을 딸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인 레데츠카도.
◆ 노르웨이 선수단 달걀 1만5000개 주문 '번역기의 실수'
노르웨이 대표 팀이 하마터면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지겹도록 달걀을 먹을 뻔했다. 노르웨이 대표 팀의 요리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달걀 1500개를 주문했다. 하지만 무려 1만5000개의 달걀이 배달됐다. 번역 서비스의 오류 때문이었다.
달걀 30개를 한판에 담아 판매하는 한국 시스템을 몰라 달걀이 끝없이 배달되는 사태도 맞게 되었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자책 대신 '귀여운 실수'를 인증 사진으로 남겼다. 이들은 해당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 후 "행복하다"는 글을 남겼다.
작은 사고(?)로 노르웨이 선수 109명이 매일 7개 이상의 달걀을 먹을 뻔했다. 하지만 해프닝이 공개된 뒤 노르웨이 선수단은 원래 주문하려던 1500개의 달걀을 뺀 나머지를 가게에 돌려줄 수 있었다.
◆ 온돌방에 푹 빠진 캐나다 선수들
캐나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한국 고유의 온돌 바닥에 완벽 적응했다. 뜨끈뜨끈한 온돌 바닥의 매력에 온몸이 붙어버릴 위기까지 처했다.
12일 캐나다 쇼트트랙 대표 샤를 아믈랭은 평창 선수촌 숙소에 머물며 동료 선수들과 함께 팀 동료 미카엘 킹스버리의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 영상 속 선수들은 온돌 바닥에 누워 킹스버리를 응원하고 있다. 마치 자신의 안방 아랫목에 누워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귤까지 줬으면 평생 눌러 앉을 듯', '이건 평창조직위의 사악한 음모'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IOC 올림픽 위원장도 온돌이라는 난방시스템을 극찬했다. 한국 강원도의 추운 날씨를 피해 온돌방 아랫목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푸른 눈의 올림픽 주인공들이다.
◆ 개고기 시장서 강아지 입양한 선수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메건 두하멜이 한국 개고기 시장에서 강아지들을 여러 차례 구조해 화제다. 두하멜은 캐나다의 한국 강아지 구조협회를 통해 도살 위기에 있는 강아지들을 구조하는 일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그는 단체를 통해 닥스훈트 무태를 입양하기도 했다. 무태는 절에서 살던 강아지. 한 스님이 개고기 시장에 있던 무태를 구조했고, 구조협회 관계자가 두하멜에게 연락을 취해 입양이 성사됐다.
최근 두하멜은 개고기 시장에 있던 강아지 세라를 자신의 고향인 캐나다의 한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동행하기도 했다. 월등한 피겨스케이팅 실력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두하멜의 선행에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아이언맨' 윤성빈 도핑테스트 양성?
한국 썰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윤성빈(24)의 '군대 면제' 성지글이 화제다. 윤성빈은 2013년 1월 페이스북에 "꼭 군 면제 받아야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리고 5년 뒤 뜻을 이뤘다.
16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남자 1인승에서 '금빛 사냥'에 성공한 윤성빈. 5년 전 '올림픽 금메달'을 예견한 듯한 '성지글'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글은 누리꾼들의 '센스 있는 뉴스 전달'로 이어졌다. 한 누리꾼이 '[속보]윤성빈 도핑테스트 양성, 군대로이드 도움 받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람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3분23초만에 전역'이라는 해시태그가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우리나라는 병역법 시행령 49조에 따라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남자 선수에게 병역 면제의 혜택을 준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아시아 경기대회(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4주간의 입소교육만로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