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철기·김보름 기자회견, 거짓말 논란…노선영 "대화도 없었다"
[더팩트ㅣ강릉=임영무 기자] "우리 팀 선수 개인의 실력은 보잘것없지만, 팀으로 뭉치면 세계 어느 팀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자신 있다."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의 이승훈이 했던 말이다. 한 명의 '코리안'은 약해도 '팀코리아'는 강하다는 의미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그의 후배들은 팀보다 개인을 내세운 듯해 진한 아쉬움을 주고 있다. 팀워크가 실종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선수들이 그렇다.
반면 '팀코리아'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 팀은 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김예진, 이유빈으로 이뤄진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이었다. 이들은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중국과 네덜란드, 이탈리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은 단순히 좋은 성적을 냈다는 이유로 여자 팀추월 선수들과 비교되지 않는다. 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김예진은 개인전 메달리스트 조합이지만, 계주에서는 개인 기량보다 치밀한 작전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승부가 결정된다. 계주 경기는 많은 선수들이 빙상 위에 있어 그만큼 변수가 많아 선수들 간 호흡이 가장 중요한 경기이다.
이날 경기에서 김아랑은 김예진에 터치하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밀어주었다. 김아랑의 터치를 받은 김예진은 전력 질주로 달렸고, 금빛 레이스의 밑거름이 됐다.
이장면은 지난 19일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과 네덜란드의 준준결승전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짜인 여자 팀추월팀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사실상 팀워크를 버리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팀추월 경기는 3명의 선수가 함께 달려 가장 늦게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선수들의 팀워크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김보름과 박지우는 한 몸처럼 달려야 할 노선영을 따돌리는 듯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사람이 팀추월이라는 종목을 망각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한 해설위원은 "나와서는 안 될 장면"이라며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들은 팀추월 팀의 경기 후 '동료에 대한 배려와 위로가 없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김보름과 박지우는 인터뷰에서 패배의 원인이 노선영에게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급기야 대표팀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
파문이 확산하자 빙상연맹은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더 악화됐다. 백철기 감독은 자신의 탓이라고 하면서도 "노선영이 직접 뒤에서 따라가겠다고 했고, 무시할 수 없었다"며 전략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백철기 감독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고 김보름은 눈물까지 보였지만, 노선영에 대한 위로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가 기자회견 직후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기자회견장에 없었던 노선영이 SBS와 인터뷰를 통해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의 발언을 반박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자신이 뒤로 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팀원끼리)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경기에 대한 대화도 없었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노선영의 발언대로라면 팀워크와 협동, 희생이 없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이 예선 탈락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고,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