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정현 호주오픈 8강 신화! '이형택 이사장 축하합니다.'

정현, 조코비치 꺾었다! 정현이 2018 호주오픈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제압했다. /멜버른(호주)=게티이미지

정현, 이형택 넘어 한국 테니스 새 역사 쓰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2015년 12월. 한 방송국에서 만난 이형택(42·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 이사장은 정현(22·IMG) 이야기를 꺼내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만 더 성장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설 것이다. 전성기 저보다 낫다."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있던 후배 정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2016년 1월 호주오픈. 19살 신예 정현은 당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를 맞아 세트스코어 0-3(3-6 2-6 4-6)으로 졌다. 첫 세트를 2-2로 맞서는 등 선전했으나 조코비치의 노련미에 밀리며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경기 후 정현에 대해 '경험 부족' 등의 지적이 이어질 때 이형택 이사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더팩트>와 전화인터뷰에서 "정현이 조코비치에게 완전히 밀리지는 않았다. 이번 패배가 큰 자산이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간이 2년 흘러 2018년 1월 호주오픈. 정현은 조코비치를 16강전에서 만나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2년 전 패배를 말끔히 설욕하는 세트스코어 3-0(7-6<4>, 7-5, 7-6<3>) 완승.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단식 8강 고지에 태극기를 꽂았다.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65)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이 밟았던 '메이저대회 16강 고지'를 넘어섰다. 이전 기록 보유자 이형택 이사장의 2년 전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정현(오른쪽)이 조코비치와 두 번째 대결에서 승리하며 2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멜버른(호주)=게티이미지

정현은 22일(이하 한국 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제압했다. 매 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스코어보드에 3개의 7을 새기며 승전고를 울렸다. 물론, 부상 여파로 조코비치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통산 12회 우승에 빛나는 관록이 살아 있어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우상을 상대로 승부처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며 '완승'을 이끌어낸 정현이다.

정현의 8강행이 확정된 뒤 이형택 이사장은 그 누구보다 더 기뻐했다. 자신의 기록이 깨지기를 간절히 바랐고, 기대가 현실이 되어 환호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이형택 이사장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 정현! 조코(비치) 잡았으니 페더러 잡으러 가즈아(가자)!"라며 정현이 더 높은 곳까지 오르기를 바랐다. 아울러 "그나저나 미국은 새벽 4시.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떨려서 잠을 잘 수가 없네!"라며 후배 정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서 유망주 발굴을 위해 아카데미를 만들었고, 새로운 간판스타 정현의 선전에 새벽잠을 설친 이형택 이사장. 한국 테니스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에게도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건네야 할 듯하다.

이형택 이사장은 정현의 호주오픈 16강전 승리 후 SNS에 기쁨을 표시했다. /이형택 이사장 페이스북

한편, 정현은 24일 이번 호주오픈 또 다른 돌풍의 주인공인 테니스 샌드그렌(26·미국)과 준결승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세계랭킹(정현 58위, 샌드그렌 97위)에서 앞서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샌드그렌도 16강전에서 세계랭킹 5위 도미니크 팀을 꺾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현이 샌드그렌을 꺾고 준결승전에 오르면 토마스 베르디흐-로저 페더러 8강전 승자와 결승행 길목에서 만난다. 결승전에 진출하면 다른 쪽 8강 대진에 서 있는 라파엘 나달-마린 칠리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카일 에드먼드 경기에서 살아 남는 한 선수와 우승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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