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정현이 자신의 우상인 노박 조코비치를 제물로 한국 테니스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썼다.
정현은 22일(이하 한국 시각)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올해 첫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전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현재 14위)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정현은 자신의 우상 앞에서 2년 전과 확실히 다른 기량을 뽐내며 승전고를 울렸다. 2016년 호주 오픈 1라운드 0-3 패배를 말끔히 설욕하며 8강행 막차를 탔다.
출발부터 좋았다. 1세트를 4-0까지 앞선 정현은 조코비치의 저력에 타이브레이크까지 끌려갔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타이브레이크에서 7-4로 1세트를 가져오며 한국 테니스 역사의 새로운 지평에 성큼 다가섰다.
2세트도 비슷한 분위기 속에 정현이 미소를 지었다. 초반 리드를 잡았으나 추격을 허용하며 게임 스코어 5-5로 맞섰다. 승부처에서 두 게임을 내리 거머쥐면서 세트를 따냈다.
운명의 3세트. 1, 2세트와 달리 첫 게임을 조코비치에게 내준 정현은 곧바로 반격에 성공하며 1-1로 따라 붙었다.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강력한 포핸드를 바탕으로 서브 게임을 지켰고, 조코비치의 범실을 틈 타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3-1로 격차를 벌렸다.
조코비치의 노련미도 만만치 않았다. 정현은 이날 경기들어 첫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는 등 사력을 다한 조코비치에게 밀리며 게임스코어 3-3 타이가 됐다.
이후 시소게임 속에서 정현의 집중력이 승리로 연결됐다. 서비스 게임을 주고받으며 다시 맞이한 타이브레이크. 정현은 3-0으로 앞서다 3-3 동점에 놓였다. 역전 위기에서 침착한 풀레이로 5-3으로 도망간 뒤 두 점을 더 따내며 3세트를 매조지었다. 정현의 세트스코어 3-0 승리.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미 역대 한국인 최초로 호주 오픈 16강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정현 이전에 한국 테니스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1981년 US 오픈 여자 단식 이덕희(65·은퇴), 2000년과 2007년 US 오픈 남자 단식 이형택(42·은퇴)의 16강이다.
정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국내 팬들의 성원을 당부했다. 정현은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다. 많은 응원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에 '보고 있나'라는 메시지를 쓰는 등 자신감 가득한 행보를 이어갔다.
정현은 이번 대회 또 다른 돌풍의 주인공인 세계 랭킹 97위 테니스 샌드그렌과 만나다. 샌드그렌은 16강에서 세계 랭킹 5위 도미니크 팀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정현은 샌드그렌과 24일 4강 진출을 위한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