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8전 2승 6패. 지난해 UFC에 진출한 코리안 파이터들의 성적표다. 초라하다. 하지만 올해는 출발부터 산뜻하다. 느낌이 좋은 시작이지만 진한 아쉬움도 남는다. 올해 첫 UFC 대회에 2명의 한국인 파이터가 출전해 1승1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산뜻한 출발의 신호탄은 UFC 벤텀급에서 활약하는 강경호다. 강경호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스콧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UFC파이트 나이트 124 언더카드 첫 경기기에서 구이도 카네티와 맞붙었다. 올해 첫 UFC 대회의 시작을 장식한 강경호는 기분 좋은 서브미션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초반은 카네티의 분위기였다. 키가 7cm 작고,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도 10cm 정도 짧은 카네티지만 초반부터 과감하게 강경호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군복무 전 일본 선수를 상대로 2연승을 기록한 뒤 40개월 만에 옥타곤에 선 강경호는 오랜만의 복귀전에 긴장한 듯 뻣뻣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기 중 강경호는 카네티의 카운터 펀치를 맞고 휘청거리기도 했다. 강경호는 상대보다 우위에 있는 레슬링 기술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차츰 분위기를 잡아가다가 결정적 기회를 얻었고 놓치지 않았다. 1라운드 종료 1분10초를 남기고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강경호는 풀마운트 자세에서 트라이앵글 초크에 성공했다. 카네티는 강경호를 들어 올리며 초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끝내 강경호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하며 기권했다.
경기 후 강경호는 "옥타곤을 떠나 있는 동안 너무 돌아오고 싶었다. 오래만의 경기라 초반에 잘 풀리지 않았는데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트라이앵글 초크가 들어가서 압박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모자랄까 걱정했다. 다행히 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이겼다"고 기뻐했다.
강경호의 승리의 기운은 UFC 페더급 13위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에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UFC 메인 이벤트에 선 최두호는 랭킹 9위 제레미 스티븐스를 상대로 승리를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UFC 2연패.
최두호는 2016년 12월 UFC 206 대회에서 페더급 강자 컵 스완슨에게 패한 뒤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투지를 불태웠다. 엄청난 난타전 속에 스완슨에게 만장일치 판정패한 최두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격양된 목소리로 "지는 게 이런 기분이네요. 다음엔 두 번 다시 안 지겠습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어깨부상으로 1년을 통째로 날렸으나 잘 준비해 스티븐슨을 제물로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펼치려 했지만 2% 부족했다. 뛰어난 맷집과 근성, 16번의 KO승을 거둔 사실이 말하듯 타격기술도 고루 갖춘 스티븐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두호의 이날 경기 키워드는 킥이었다. '펀치'의 최두호는 1라운드 경기 시작과 동시에 로킥으로 스티븐스의 하체를 노렸다. 로킥으로 거리 재기에 성공한 최두호는 1라운드 후반 왼속 훅을 스티븐슨 안면에 꽂아 넣으며 킥과 펀치로 스티븐스를 흔들었다. 1라운드는 최두호의 경기였다.
2라운드 역시 최두호는 킥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작과 동시에 프런트 킥으로 스티븐스의 안면을 타격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곧 바뀌었다. 스티븐스의 경험에 밀렸다. 최두호의 킥에 스티븐스가 카운터 펀치로 맞불을 놨다. 스티븐스가 최두호의 킥 타이밍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고, 최두호는 안면에 유효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스티븐스의 정확한 타격에 최두호는 무너졌다. 2라운드 2분32초를 남기고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옥타곤에 쓰러진 최두호는 스티븐스의 파운딩에 힘들어했고, 이어진 공세에 심판은 최두호를 감싸며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최두호가 UFC 파이트나이트 124 메인이벤트의 패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스티븐스는 승리 후 최두호의 경기력을 높게 평가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최두호의 통역관을 불러 통역을 부탁했다. 그는 "최두호 선수 엄청 터프하다. 오늘 힘든 경기였다. 한국팬 여러분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