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7)이 무려 10년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비록 상대가 43살의 노장이었지만, 어찌됐건 승리는 승리다.
최홍만은 27일 서울 KBS 아레나 특설 케이지에서 열린 엔젤스파이팅05&별들의 전쟁 메인이벤트 무제한급 킥복싱 경기(3라운드)에서 일본의 우치다 노보루(43)에게 3-0 판정승을 거뒀다. 엔젤스파이팅은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수익 일부를 내놓는 자선 격투단체다.
이날 승리로 최홍만은 2007년 9월 서울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에서 마이티 모에게 판정승을 거둔 후 10년 만에 감격의 포효를 내질렀다. 최홍만에게 패한 우치다 노보루는 통산 50전 34승11패5무의 베테랑으로 K-1 시절 '데빌맨'으로 불렸다. 우치다는 전성기였던 2004년 일본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2010년 한 차례 은퇴하고 제자들을 지도하다 지난해 42살의 나이로 복귀했다. 올해 3월에는 15살 아래 상대 바르톨로메우 도시오(28)를 판정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세월을 거스르는 우치다의 노력에도 결국 발목을 잡은 건 세월의 무게였다. 최홍만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218cm의 큰 키와 압도적 리치를 이용해 우치다를 몰아붙였다. 우치다는 1라운드 막판 플라잉 니킥을 시도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실패했다. 2라운드로 비슷한 양상이었다. 최홍만은 긴 리치를 활용한 워투펀치로 거리를 유지하며 우치다를 가격했다. 우치다도 킥으로 외곽을 돌며 반격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3라운드의 키워드는 단연 힘이었다. 최홍만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우치다도 여러 차례 포인트를 따냈지만 거기까지였다. 경기 종료까지 힘의 우위는 최홍만에게 있었다. 최홍만은 3라운드 중반 레프트를 우치다 안면에 꽂아넣으며 다운을 빼앗았다. 우치다가 곧 일어났지만 이날 경기의 가장 결정적 장면 중 하나였던 것만은 틀림없다.
결국 최홍만은 심판전원 판정으로 우치다를 제압했다. 이로써 지난 패배의 충격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최홍만은 지난해 11월 중국 실크로드 히어로 킥복싱 대회에서 키 177cm 저우핀펑의 스피드에 밀려 판정패했다. 킥복싱 대회 패배 충격은 컸다. 무려 키는 40cm나 차이나고 몸무게는 90kg이나 차이나는 단신선수에게 패해 '최홍만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우치다를 제압하며 최홍만은 스스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최홍만이 다시금 정상급 선수들을 맞아 링 위에서 테크노 댄스를 추게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