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스포츠 '오늘'] 아프간 육상선수 아지미, 여자100m '최저' 신기록

[더팩트 | 최정식기자] 14년 전 오늘(8월23일) 아프가니스탄의 육상선수 리마 아지미(21)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3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에서 국제대회 사상 가장 느린 기록을 세웠다.

예선에 출전한 아지미의 기록은 18초37이었다. 3조에서 뛴 7명 가운데 5명의 기록이 11초대였다. 아지미 바로 앞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이르마 나바레테(니카라과)도 12초93이었다. 아지미는 나바레테가 레이스를 마치고도 한참 뒤에야 들어왔다.

이 대회에서 '일시적으로' 2관왕에 오른 켈리 화이트(미국)의 결승 기록은 10초85. 아지미와 7.52초나 차이가 났다. 화이트의 200m 우승 기록(22초05)과도 불과 3.68초 차이다. 여자 100m가 처음 올림픽 종목이 된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의 금메달리스트 엘리자베스 로빈슨의 기록이 12초2였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으로도 빠르다고 할 수 없는 기록을 낸 아지미가 세계선수권에서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대회 조직위가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프가니스탄을 배려해 특별히 초청했기 때문이다. 카불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었던 아지미는 육상을 시작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대학 운동장이 1주일에 한 번씩만 여성에게 개방되기 때문에 훈련도 많이 하지 못했다. 스타팅 블록을 사용해 경기한 것도 단 두 차례여서 이 대회에서도 출발에 애를 먹었다. 파리로 오는 도중 신발을 잃어버려 조직위가 제공한 신발을 신고 뛰었다.

예선 3조 경기가 끝난 뒤 아지미는 같은 조에서 뛴 화이트와 멀린 오티 같은 스타들보다 더 열띤 질문 공세를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선수가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한 것은 1983년 모하메드 이스마일 바카키가 남자 100m에서 나선 이후 20년 만이었다. 회색 티셔츠와 감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한 아지미는 "비행기를 타 본 것도,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록이 나쁘지만 출전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여자 100m와 200m를 석권한 화이트는 이듬해 금지약물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메달을 박탈당했다. 가장 빠르게 달리기 위해 약물을 복용한 화이트의 기록은 모두 삭제됐다. 가장 느리게 달렸지만 자부심을 가졌던 아지미의 기록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 틀림없다.

malish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