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4일 영국 런던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우사인 볼트(31, 자메이카)의 '마지막 질주'다. 2008년 이후 세계 육상 단거리를 지배해 왔던 볼트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은퇴한다.
볼트는 남자 100m와 200m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리는 그를 상징하는 것은 역시 100m다. 이번 대회에도 100m와 400m 계주에만 출전한다. 그래서 마지막 100m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지 눈길을 끌고 있다. 볼트의 올시즌 최고 기록은 9초95로 세계랭킹 공동 7위다. 예전 대회들처럼 압도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볼트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의 올림픽과 네 차례의 세계선수권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에 모두 출전해 21번 가운데 20번 우승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100m에서 실격당한 것이 유일한 예외다. 20개의 금메달 가운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00m 계주는 네스타 카터의 도핑 적발로 박탈됐다. 즉, 실제 경쟁에서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볼트를 이겨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를 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올시즌 100m 세계 1위 기록(9초82)을 갖고 있는 크리스티안 콜먼(21)이 볼트를 이길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콜먼은 3일 기자회견에서 "전설적인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은 영광"이라면서도 "최고의 경기를 펼쳐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6월 전미선수권에서 콜먼을 꺾고 우승한 저스틴 개틀린(35, 이상 미국)도 '2인자'의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하다. 개틀린은 2013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 지난해 리우 올림픽까지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볼트에 뒤져 2위에 그쳤다. 특히 2015년에는 막판에 밸런스가 무너지며 100분의 1초 차로 아깝게 졌다.
리우올림픽 100m 동메달리스트로, 볼트의 후계자로 꼽히는 안드레 드 그라세(23, 캐나다)는 허벅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다.
볼트는 2009년 8월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100m를 9초58에 주파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보통 사람이 숨을 세 번 쉬는 것보다 짧은 시간인 9초58은 여전히 세계기록을 남아 있다. 볼트 자신도 이후 가장 근접했던 것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의 9초63이다. 10초벽을 깬 이후 시즌 최고 기록이 9초9대에 머문 것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그의 마지막 기록은 어떤 숫자가 될까?
세계는 볼트를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은 김국영(26, 광주광역시청)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6월 코리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10초07로 한국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최근 보폭을 넓히면서 피칭 속도를 유지하는 훈련을 하면서 기록을 단축한 만큼 한국 트랙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서 예선을 통과해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김국영은 100m 한국기록을 다섯 번이나 갈아치운 한국 육상의 간판이지만 세계선수권에 처음 나선 2011년 대구 대회에서는 실격했고, 2015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10초48로 예선탈락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도 10초37로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스트라이드 수를 줄인 새 주법으로 기록을 단축한 김국영은 후반 가속력도 많이 개선됐다. 뒷바람이 한계풍속 이내에서 초속 1m 이상으로 나온다면 10초 플랫에 근접한 기록을 노려볼 만하다. 큰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낸다면 이번 런던 대회 준결승 진출도 꿈만은 아니다. 볼트 등 세계적인 스프린터들과 기록 차이는 크지만 김국영의 도전,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